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두 조선 초·중기인 15, 16세기에 살았던 인물이고 모두 이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전주 이씨(全州李氏)·진성 이씨(眞城李氏)·덕수 이씨(德水李氏) 가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조선의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전주 이씨로 부국강병과 민족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면서 1만원 화폐의 인물이 되었다. 15세기에 부국강병을 추구하면서 발전하던 조선은 연산군이 집권하면서 어둡고 암울한 시대인 16세기를 연다.
이때 안동의 진성 이씨 가문에서 태어난(1501년) 퇴계 이황이 조선조 최고의 성리학자로 영남학파의 종장이 되었으며 역사적으로 추앙을 받는 인물로 우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천원권 지폐의 인물이 된다.
남성 우월주의의 시대에 살았으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고 시와 글씨·그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여류 예술가인 신사임당이 퇴계보다 3년 뒤인 1504년 10월 29일 강릉 오죽헌에서 태어났다.
이번에 신사임당이 5만원권 화폐의 인물이 된 것은 양성 평등의식 제고와 여성의 사회참여에 기여할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모자(母子)가 한국 화폐사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건이다.
신사임당은 덕수 이씨인 이원수와 혼인하여 4남(이선·이번·이이·이우) 3녀를 두었다. 이 가운데 5천원권 지폐의 주인공인 율곡 이이(1536~1584)가 가장 뛰어나 퇴계와 쌍벽을 이루면서 기호학파의 종장이 된다.
율곡보다 9년 뒤에 이순신(1545~1598)이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난다. 100원짜리 동전의 인물인 이순신은 율곡과 같은 덕수 이씨로 이순신과 이율곡은 제4대 조상 때에 나누어져 이순신은 제12대가 되고, 이율곡은 제13대가 되어 두 사람의 촌수는 19촌 숙질간이 된다.
또한 이순신은 신사임당의 18촌 시동생이 되는 관계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교류는 없었던 것 같다. 문중의 개념이 강화되는 18세기 이후 조선후기였다면 교류가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한 가문에서 5만원권, 5천원권, 100원권의 주인공인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덕수 이씨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문무(文武)의 인물인 율곡 이이와 충무공 이순신을 배출하고, 현모양처의 모범을 보인 신사임당을 배출하여 가문의 명예를 빛낸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화폐의 인물이 우연히도 모두 이씨 가문에서 장악해 우스갯소리로 타 성씨들은 불만이 많을 수도 있겠다.
우리가 만약 조선시대에 살고 있다면 감히 세종대왕이나 퇴계 선생, 율곡 선생, 신사임당, 이순신 장군 같은 분들을 우리의 손아귀에서 함부로 다룰 수 있었을까. 경제가 삶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화폐의 인물로 등장한 위대한 선조들을 주머니 속에 많이 모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특히 신사임당을 모신 5만원권 지폐가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주기를 기원해본다.
혜명동양학연구원(www.donghak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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