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갑자기 배가 왜 이리 아프지. 뭘 잘못 먹었나."
연일 30℃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다 장마 등 잦은 비로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식중독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식중독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에 의한 급성 설사 및 전신증상을 동반하는 급성 장염을 총칭하는 질환이다. 무덥고 습도가 높을 경우 균의 증식이 쉬워 여름철에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식중독에 의한 급성 장염은 세계적으로 감기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질환으로, 경미한 설사에서부터 사망에 이를 정도까지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여름철에 급성 장 질환,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급성 장염, 왜 걸리나
급성 장염은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식품을 먹었을 때 발생한다. 장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 세균과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노어크바이러스 등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원인균은 살모넬라로, 주요 감염원은 오염된 쇠고기, 닭·오리 등 가금류, 계란, 유제품 등이다. 살모넬라균에 의한 장염은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저온 및 냉동, 건조 상태에서도 강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비브리오 식중독은 여름철에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여름철엔 생선이나 조개를 익혀 먹는 것이 좋고, 2차 오염을 막기 위해선 칼, 도마 등 조리기구를 소독해 사용해야 한다. 또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햄, 가금류, 샐러드, 마요네즈, 크림 케이크 등이 주 감염원으로, 잠복기가 짧은 게 특징이다. 대장균은 여행할 때 발생하는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여름철·아열대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장균 중 한 형태인 O-157균에 의한 식중독은 제대로 조리하지 않은 육류에 의해 주로 감염되는데 피가 섞인 설사를 하는 게 특징이고 신장과 적혈구에 손상을 주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그러나 음식물을 70도까지 가열하면 대장균이 사멸하기 때문에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
◆같은 음식 먹어도 모두 식중독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한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어도 식중독에 감염되는 사람도 있고,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는 방어기전의 차이 때문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방어기전이 약한 사람만 식중독에 걸리는 것이다. 인체의 방어기전은 몸속으로 침범한 각종 유해한 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먼저 정상적으로 장에 정착하고 있는 기존 세균들이 외부로부터 들어온 병원체의 정착을 막는다. 또 위산은 병원체를 파괴하고, 장의 정상적인 연동운동은 이들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인체 면역기전도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식중독이라고 해서 모두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세균이 아니면서 짧은 잠복기를 갖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 생선이나 갑각류에게서 발견되는 여러 형태의 독소도 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식중독 의심해야 하나
급성 장염의 증상은 설사가 가장 대표적이다. 물론 복통이나 구토, 발열 등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고 탈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선 설사는 기간이나 빈도도 중요하지만 염증성 설사인지 비염증성 설사인지 감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눈으로 봐서 혈변이거나 점액성 변일 경우는 염증성 설사 가능성이 크다. 검사 결과 대변에 백혈구가 있는 경우는 항생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쌀뜨물 같은 설사는 콜레라나 유사 독소에 의한 질환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설사 등으로 인한 탈수인데 경미한 경우 갈증이나 혀 마름, 겨드랑이 땀 및 소변량 감소, 약간의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심해지면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쇼크에 빠지게 된다.
◆치료 방법은
식중독은 대부분 며칠내 내 자연 치유돼 특별히 원인균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집단적으로 발생했거나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심한 경우, 소아나 노약자의 경우엔 세심한 주의와 함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의 목적은 설사로 인한 탈수를 막고 전해질 등을 보충,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주로 대증요법(원인 치료가 아닌 증상 완화 치료법)이 사용된다. 우선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속을 비워야 한다. 그렇다고 물도 마시지 않고 아예 굶어버리면 탈수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이나 이온음료 등을 마셔줘야 한다. 집에서도 전해질 용액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데, 물 1ℓ에 소금 1/2차스푼, 소다 2/1차스푼, 설탕 2차스푼 정도 넣고 섞으면 된다. 과일주스는 설사 증상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게 좋다. 탈수가 심하거나 구토 때문에 입으로 먹기 힘든 경우는 병원에서 수액을 정맥 주사해야 한다.
피가 섞인 혈성 설사나 발열 등이 심한 전신 증상, 염증 소견을 보일 경우는 추정되는 원인균에 따라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설사를 한다고 해서 설사를 멈추는 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장 안에 있는 세균이나 독소를 배출하지 못해 병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설사가 잦아들면 미음이나 쌀죽 등 기름기가 없는 담백한 음식부터 섭취하는 게 좋다.
◆급성 장염을 예방하려면
식중독은 무엇보다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손 씻기가 생활화돼야 한다. 음식조리 전후, 음식 먹기 전, 화장실 다녀온 뒤, 기저귀를 간 뒤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조리된 음식도 반드시 냉장·냉동 보관해야 한다. 그렇다고 냉장고를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 익히지 않은 날 음식은 피하고 음식이 조금 상한 것 같으면 먹지 말아야 한다. 냉동 육류를 조리할 때도 실온에서 녹이지 말고 냉장실에서 하루 정도 녹이거나 조리 직전 전자레인지로 해동해야 한다. 채소와 과일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먹는 게 좋다. 음식은 먹을 만큼만 조리해 바로 먹는 게 좋고 도마, 행주 등 주방 용구를 철저히 관리해 균의 증식과 조리기구에 의한 감염을 막는 것 역시 중요하다. 또 물도 끓인 물이나 정수 처리된 물만 마셔야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곽동협 곽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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