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닭족)에게 낮이 긴 하절기는 최상의 컨디션 시기. 신체리듬은 해가 길어지는 여름에 더 좋아지기 때문. 닭족은 오전 5시만 되면 '꼬꼬댁' 알람소리를 들으며 대부분 기상,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본격 업무가 시작되기 전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 또 오전 9시 전에 집중력을 요하는 일들을 처리해 하루 일과의 부담을 든다. 아침시간은 일 효율에도 최고. 낮이나 오후에 1시간 일할 것도 조용한 아침엔 30분이면 뚝딱 해치운다.
새벽을 지나 세상의 조용한 기운을 담고 있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 닭족들은 올빼미족 시절을 돌아보며 이제 다시는 '올빼미 생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침시간의 장점과 효율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일부 닭족은 출근 전 골프 9홀 라운딩, 테니스 2게임, 달리기 10km 등 다소 벅찬 운동을 하기도 한다. 닭족 3명을 만나 이들의 아침생활로 파고들어가 본다.
◆5시 30분 일터 도착 '한응민'
대구시청 정무부시장실에 근무하는 한응민(41·행정 7급)씨는 5년 전 올빼미족에서 닭족으로 변신한 경우. 그의 아침형 인간에 대한 지론은 "아침 일찍 세상을 깨우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차분하고 정갈한 기분은 일종의 쾌감"이란다. 가끔 마주치는 우유·신문배달원들의 그의 닭족 친구들이다. "아이고, 고생이 많습니다." 인사를 먼저 건네고 나면 기분이 더 상쾌해진다.
한씨의 기상시간은 오전 4시 40분. 아침식사는 혼자 챙겨 먹고 우유, 신문을 챙겨 5시 10분쯤 출근해 5시 30분이면 일터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는 시청사에 혼자 들어서면 당직자뿐이다. 이제부터 운동시간. 그는 인근 헬스장으로 향한다. 5시 50분부터 6시 50분까지 1시간가량 러닝머신과 다양한 헬스기구 등을 이용해 운동을 하며 땀을 뺀다. 이 시간에 운동하는 이는 4, 5명 정도인데 대부분 새벽잠이 없는 장년층 노인들. 이들은 "젊은 사람이 새벽잠이 없구료. 허허"라며 반긴다.
한씨의 말을 빌리면 아침운동은 체내 정화작용과 함께 하루의 기력을 채워준다. 남동균 부시장이 출근하기 30분 전부터 그날 일정과 특이사항을 빠짐없이 체크한 뒤, 8시 5분쯤 부시장이 사무실에 들어서면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는 것. 나머지 일과시간들은 대체로 부시장의 일정에 맞춰 비서실장에 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앞으로 닭족으로 평생을 살고 싶다"며 "아침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라 앞으로 책을 읽거나 어학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2005년 새해 다짐으로 닭족으로 변신한 후 체중이 5kg이나 빠졌으며 5년 전인 30대 때보다 몸상태가 더 좋아졌다.
◆공부하는 아침형 총각 '이진동'
화성산업㈜ 동아백화점 입사 9년차인 이진동(34·경영지원팀 대리)씨는 아침에 공부하는 닭족. 닭족 변신은 입사 5년차 때인 4년 전. 변신 사유는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그는 늦잠 자는 습관을 버리고 오전 6시 전에 기상해 7시부터 시작되는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영어회화를 꾸준히 공부해 지금은 외국인과 프리토킹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다.
영어학원은 6개월가량 다녔으며 이후에는 EBS 영어회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아침시간에 집에서 공부를 한다. 아침식사도 거르는 법이 없다. 6시 30분과 7시 사이에 간단하게 먹는다. 닭족인 된 이후에 아침식사를 하지 못한 것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을 먹는 습관이 됐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후 11시 30분부터 자정 사이. 그는 "오전 2시를 넘어서면서 피부재생도 이뤄지고 몸의 신체가 회복되는 수면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침형 인간 5년차에 몸무게가 3 , 4kg 정도 빠졌으며 뱃살도 쏙 들어가 괜찮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닭족 유지를 위해 저녁약속도 가능한 한 피한다. 단체 회식을 제외한 나머지 약속들은 될 수 있으면 줄이고 회식 때도 너무 늦지 않도록 적당한 시간에 귀가하도록 노력한다. 그는 말한다. "아침 1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모릅니다. 닭족으로 변신하십시오."
◆타임테이블 1시간 빠른 '장원태'
대구시 공무원 장원태(43·보도지원 신문스크랩 담당)씨의 평상시 타임테이블은 보통 사람들보다 1시간 이상 빠르다. 오전 5시 기상, 6시 출근, 8시 30분 신문스크랩 완료, 11시 30분 점심식사, 낮 12시 30분~오후 1시 오침, 그리고 오후 일과후 퇴근이다. 닭족이 된 지 7년째로 칼 같은 생활이다. 즐기는 술도 주중에는 웬만하면 사절이다.
다른 공무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그는 맡은 일을 완수해야 하는 입장. 대구시장을 비롯해 대구시 모든 공무원들이 봐야 하는 신문 스크랩을 하다 보니 혹시나 시정 관련 소식이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그래서 아침시간은 더 집중해 일한다.
아침 출근시간은 그의 운동시간이나 마찬가지. 달성군 다사 죽곡이 집인 그는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데 집에서 다사역까지 10분, 또 중앙로역에 내려 대구시청까지 걸어가는데 15분가량 걸린다. 아침 걷기는 그의 건강에 좋은 청량제가 되고 있다.
장씨뿐 아니라 방송모티터 담당 배서영(40·여)씨 역시 오전 6시 출근해 방송파트 스크랩을 담당한다. 이들뿐 아니라 보도지원계 전체가 오전 7시면 출근해 아침 업무에 들어가 대표적인 아침형 부서라 할 수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닭족:올빼미족과 달리 정식 명칭으로 자리 잡진 않았지만 직장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운동이나 외국어학원에 다니는 것을 빗대어 (새벽)닭족이라 이른다. 닭이 새벽에 '꼬끼오' 기상을 알린다고 해서 붙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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