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6일, 지난 몇 달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던 아시아 유일의 뮤지컬 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대구뮤지컬어워즈' 시상식을 끝으로 24일간의 막을 내렸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리며 돌이켜보니 페스티벌을 준비하던 시간들과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24일 동안 어떻게 견뎌냈을까 하고 나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질 만큼 하루 24시간, 매순간을 아주 촉박하게 보냈다. 하지만 돌아보고 있자니 지금 이 순간도 그 시간의 기억들이 내 가슴을 더욱 설레어 달뜨게 한다.
개막식장에 딤프를 축하하기 위하여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호주, 일본 등 전 세계의 뮤지컬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런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보니 딤프가 진정한 국제페스티벌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대구 동성로를 중심으로 동촌 둔치, 수성못 등 여러 장소에서 열렸던 뮤지컬 프린지 공연들과 각종 행사들을 통해 사랑하는 뮤지컬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는 사실이 오랜 뮤지컬 마니아인 내게는 무엇보다도 가장 꿈 같은 순간이었다.
한국 뮤지컬 시장과는 다른 뉴욕 브로드웨이와 일본 '四季'(사계)의 뮤지컬 극장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을 보며 내가 느꼈던 부러움은 어린이 뮤지컬부터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악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페스티벌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국내에 처음 소개되지만 작품성이 우수한 훌륭한 해외 작품들을 이번 페스티벌에 초청함으로써 대한민국 공연계에 여러 모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뮤지컬 음악으로 진행되는 행사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2만5천 명이라는 경이로운 숫자가 함께 모였던 전야제와 24개 작품에 128회라는 많은 공연 횟수와 '금융 대란'이라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7만3천여 명의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했다는 점이다. 또 2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딤프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공연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오로지 뮤지컬을 사랑하는 대구시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또한 이번 딤프 기간에 참석한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 집행위원장과 매년 딤프를 통해 선발된 창작지원작 한 편을 뉴욕뮤지컬 페스티벌에 공식초청하기로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올 9월 말에는 드디어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딤프의 작품이 공연된다.
뉴욕에 진출함으로써 세계적 프로듀서와 극장주들에게 우리의 작품을 선보이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 질 것이고, 하루에도 수만 명이 운집하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우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배너가 휘날리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의 작품이 호평을 받아 라이선스화되는 것과 '뮤지컬 도시 컬러풀 대구'의 딤프가 국제적인 축제로서 한 발짝 내딛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63회가 되는 세계 최고의 공연축제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이나 호주의 '아들레이드 축제'와 비교해 보면 아직도 딤프가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앞으로 더 많은 타 지역민들 및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축제가 되어서 명실상부한 국제공연축제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하자니 벌써부터 내년 행사를 위한 아이디어에 밤잠을 설친다.
대학생들의 방학 기간에 진행되는 축제인 만큼 즐겁게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되어 줄 캠핑장과 같은 시설들, 페스티벌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패키지 상품 개발도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차기 개막작을 우리 대구의 물적, 인적 인프라를 통해 만들어진 훌륭한 작품으로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뮤지컬의 행복한 마법에 빠져 버렸다. 이제 대구의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행복을 주는 뮤지컬'이 '공연 산업의 아트 마켓'으로서 우리 대구 경제에도 '행복'을 주리라 생각하며 그 중심에 선 '딤프'가 긍정적 진화를 계속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배성혁(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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