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시험문제 유출 문제 철저하게 밝혀야

EBS 교육방송, 메가 스터디에 이어 비타에듀까지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를 사전에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가 스터디와 비타에듀는 인터넷 사교육 시장에서 1, 2위의 점유율이며, EBS도 많은 학생이 강의를 청취하는 곳이다. 몇몇 학원이 시험문제를 사전에 빼내 원생에게 유출한 사례는 있었지만 인터넷 강의의 선두 주자들이 한꺼번에 사전 유출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EBS는 시험문제 풀이 동영상을 제작한 외주 업체 PD의 유출로 드러났다. 메가 스터디와 비타에듀는 3, 4년 전부터 조직적이고 관행적으로 시험지를 인쇄소나 학교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빼낸 시험지가 정답 해설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사용됐다지만 어디로 어떻게 새나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들 업체가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오른 것도 이러한 불법 행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전국연합학력평가는 학생들의 실력 측정은 물론 대학 진학 등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 잣대가 되는 시험이다. 이러한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EBS의 경우 학생들에게 해설과 정답을 빨리 제공하기 위해 사전에 문제를 넘겨받았다 했다. 메가 스터디나 비타에듀도 같은 목적이다. 그러나 방송의 편의성이나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의 이러한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공정과 엄정을 기해야 할 시험이 방송사나 사교육업체의 편의에 따라 왔다갔다할 동안 교육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더욱 큰 문제는 시험지 유출이 몇 년 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험을 치른 뒤 하루가 채 되지 않아 정답과 해설이 동영상으로 방송되고 있는 데도 교육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전에 유출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비타에듀 측은 한 사립고 교사 책상에 있는 것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명하는 것은 유출에 대한 책임 문제를 떠안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참에 이들과 학교, 교사 간에 검은 커넥션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국가 단위의 시험이 허술하게 치러진다면 누구도 그 권위나 공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국가 단위 시험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부정한 거래가 있었다면 누구든 엄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