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달구벌대로(강창교~사월교, 24.3㎞)에 들어설 자전거 전용도로는 어떤 형태일까, 사고 위험은 어떻게 줄일 수 있으며 자동차 운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대구시가 달구벌대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위한 첫 단계 작업에 들어갔다. 전문가들과 시민들에게 다양한 설치 대안을 제시한 뒤 효과와 문제점 등을 검토하고 의견수렴을 벌이고 있다. 24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교통과 자전거 관련 전문가 20여명과 시민들이 모여 진행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찬반 양론이 쏟아진 가운데 '차로 폭이나 차로 수를 줄여 도로 양쪽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방안
대구시의 자전거 관련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대구경북연구원 정웅기 연구위원은 이날 달구벌대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방안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도로 양쪽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방안 3가지와 중앙자전거 전용도로 설치안,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 정비안 등이다. 도로 양쪽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 10차로를 유지하되 차로 폭을 현재 3.2~3.3m에서 3.0m로 줄이는 방안 ▷중앙녹지대를 3.6m에서 2.2m로 줄이고 차로 폭을 조금 줄이는 방안 ▷차로 수를 10차로에서 8차로로 줄이는 방안이 나왔다. 중앙자전거 전용도로는 차로 수를 줄여서 녹수대와 함께 설치하는 형태가 제안됐다. 기존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 정비 방안은 현재 달구벌대로 양방향 48.6㎞ 보행로 가운데 40.8㎞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 겸용도로의 포장을 보강하고 각종 지장물과 불법 주차 등을 단속하는 한편 단절된 7.8㎞를 연결하자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가능하면 하나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나 도로가 워낙 길기 때문에 구간별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대안 선정도 가능해 보인다"며 "어떤 형태를 선택하든 자전거도로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밝혔다.
◆방안별 효과와 문제점
도로 양쪽에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방안 중에는 차로 수 축소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10차로를 유지할 경우 아무리 차로 폭을 줄여도 자전거 전용도로의 폭을 1.3m밖에 확보할 수 없어 법적 기준에도 미달된다. 현재 자전거 이용시설의 구조와 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자전거도로를 폭 1.1m로 하되 보도쪽에 0.6m, 차도쪽에 0.3m의 여유를 둬 전체 폭을 최소 2.0m로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용도로 폭을 확보하기 위해 차로 폭을 조금 줄이면서 중앙녹지대를 줄이는 방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현재 녹지대에 있는 지하철 2호선의 환기구 처리가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비해 양쪽 차로를 하나씩 줄일 경우 3m 안팎의 전용도로 설치가 가능해 가장 손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차로 수 축소에 따른 교통 정체. 달구벌대로를 8차로로 줄이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할 경우 차량 한 대당 지체 시간이 최대 88초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반월당 네거리의 경우 교차로 전체 지체시간은 현재 한 대당 51.8초에서 75.1초로 23.3초(45%) 늘어나며 특히 서→동 지체가 50.8초로 동→서 지체 7.7초에 비해 훨씬 컸다. 통행량이 많고 도로 경사가 급한 죽전네거리도 서→동 지체가 100.9초에서 189.3초로 88.4초 늘어나는 등 교차로 전체 지체 시간이 39%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도로 중앙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방안은 유턴 차량과의 상충, 교차로 횡단 처리 곤란, 단거리 이용자 불편 등의 문제가 제시됐다. 기존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 정비 방안은 차량 소통에 영향이 없고 교통사고도 줄일 수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찬반 입장
대구의 상징적 도로인 달구벌대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문제인 탓에 찬반 양론이 토론 내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전반적으로 전용도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가운데 안전 문제와 현실적 수요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잖았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 김종석 대구본부장은 "세계적 추세는 자전거와 보행자를 분리하는 것으로 지금의 겸용도로 정책은 일단 폐기해야 한다"며 "전용도로를 만드는 것은 차량 대신 자전거를 타게 하는 유도정책이므로 달구벌대로가 적격"이라고 주장했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도 "달구벌대로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2호선이 함께 운행되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면 대중교통과 연결되는 생활교통수단으로 자전거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며 "안전문제와 승용차 이용 축소 등을 위해 2개의 차로를 줄이는 방인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로교통협회 박종규 팀장은 "현재의 교통문화에서는 도로상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경우 매우 위험하다"며 "겸용도로 문제점을 해소한 뒤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이상용 선임연구위원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달구벌대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지 수요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배효식 교통정책과장은 "달구벌대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는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문제점도 가장 많이 예상되는 만큼 설치 방법부터 안정성 확보에까지 지역사회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달구벌대로 자전거 전용도로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구경북연구원에 용역을 발주했으며, 용역이 완료되는 2010년 상반기쯤 자전거도로 건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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