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 풍경과 함께] 봉화 이나리강 래프팅

노를 젓는 순간 펼쳐지는 낭만과 모험

무더위를 식히고 스릴과 모험이 넘치는 래프팅의 세계로 떠나보자. 시원스런 강물과 수려한 풍광, 맑은 바람은 또 다른 묘미이다. 6~10명이 한 팀을 이뤄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빠른 물살을 헤치며 바위와 여울 등 온갖 장애를 이겨 나가는 래프팅은 몸속에 숨어있던 원시의 본능을 꿈틀거리게 한다.

가족이나 친구'연인'직장동료와 함께 노를 젓고 급물살을 타며 몸을 부대끼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낭만도 싹튼다. 젊음과 자유의 무한도전, 청정 자연이 살아 숨쉬는 봉화 이나리강으로 래프팅을 떠나보자.

봉화 춘양면 서벽에서 시작되는 운곡천과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태백천이 만나 낙동강의 시발지가 된 물줄기. 이 두개의 나리(川의 방언)가 만나 수려한 청량산 12봉우리를 휘감아 돌며 빼어난 절경을 이룬 이나리강.

명호유원지에서 청량산 입구(12km)의 급류를 가르며 모험과 스릴, 낭만과 협동심을 기르는 래프팅은 안전요원(가이드)의 간단한 교육과 구명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고무보트에 타면서 시작됐다. 발을 고무보트 고리에 걸고 몸을 편안하게 누인 뒤 출발을 기다렸다. 안전요원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셋 넷"을 외치며 노를 젓자 보트는 제 방향을 잡아 미끄러지듯 물위를 나아간다. 일렁이는 요동은 상쾌한 흔들림으로 바뀐다. "좌현 앞, 우현 뒤." 이어 "양현 앞" 안전요원의 구령에 맞춰 모두 힘차게 노를 저어 물살을 가르면 뺨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볼을 스친다.

굽이치는 강에서 바라보는 청량산 준봉들은 이나리강과 나란히 달리는 35번 국도에서 봤던 그 봉우리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더욱 수려하다. 강물의 흐름에 따라 시선도 옮겨지면서 기암절벽과 하늘을 이고 뻗은 소나무 군락, 한가로이 노니는 왜가리는 한 폭의 그림과 다를 바 없다.

잠시 청량산의 비경에 취할 무렵 고무보트는 요동쳤다. 노를 이용한 물싸움과 롤링(Rolling'팀원들이 보트 양 편에 각각 일어서서 배를 좌우로 흔들기), 피칭(Pitching'배를 앞뒤로 흔들어 뒤집기)과 빠진 사람 건져 올리기 등 수상 이벤트를 통해 팀원들이 물과 친숙해질 즈음에 다다른 곳은 이나리강 래프팅 코스에서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백용담. 직각의 절벽이 우뚝 솟은 백용담은 기암괴석과 수량이 풍부한 소(沼)로 꼭대기에는 삐죽 튀어나온 턱걸바위가 얹혀 있는 형세를 하고 있다.

급류에 이르기 전 다시 장난(?)이 펼쳐졌다. 남녀 팀원 각 한 명씩을 뱃전에 세우고 보트를 제자리에서 돌려 떨어뜨리는 일명 타이타닉, 뒤집어 놓은 보트 위에서 서로를 밀어 물에 떨어뜨리는 닭싸움에 이어 보트를 커다란 바위에 걸쳐놓고 한 명씩 온몸을 던져 타는 미끄럼틀 놀이…. 청정한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물놀이는 그야말로 잊혀진 동심의 세계로의 회귀이자 천혜의 경관이 선사하는 무한 자유다.

백용담 마지막 이벤트인 다이빙 체험은 담력을 필요로 한다. 5m 높이 바위 위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짧은 자유낙하이지만 '찰나'의 아찔함은 유효하다. '첨벙' 다이빙하는 폼이 하나같이 개구쟁이처럼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하다.

한바탕 물놀이와 잠깐의 휴식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급물살타기. 물 속 바위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강여울은 군데군데 낙차와 뱃전을 가로막는 돌출 장애물로 잠시 풀렸던 마음에 긴장감을 돌게 한다. 갑자기 빨라진 급류에 고무보트는 하늘로 치솟듯 요동친다. 좌'우로 흔들리며 뱃전에 걸터앉은 엉덩이가 덩달아 들썩이며 하얀 포말이 온몸을 때린다. 찰나의 요동에 온몸은 안전요원의 구령에도 아랑곳 않고 엉킨다. 여울이 얕은 곳에서는 강 하상에 걸리는 것을 막으려 보트를 360도로 돌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전 백용담의 낭만은 어느 새 모험과 스릴로 바뀌었다. 20여분 강물과의 사투(?). 강이 먼저 지쳐 유속을 늦추자 무사히 여울을 건넜다는 안도감에 여기저기서 환호와 괴성이 터진다.

세 번의 급류를 지나자 저 멀리 종착역인 오마교가 눈에 들어온다. 지친 표정이 역력하지만 함께 해냈다는 자부심에 팀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져났다. 이때다. 지시에 따라 노를 놓고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던 사이 안전요원이 팀원들을 다시 물에 빠뜨린다. "콜록콜록." 몇 번째 들이켜는 강물인지…. 이번에는 300여m 앞에 있는 오마교까지 헤엄쳐가기다. 3시간 30분여의 스릴과 낭만. 하루해는 이미 서편 마루에 걸리고 있다. 시원한 산바람과 강바람은 지친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다. 햇살도 부드럽다. 물에 젖은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편안하다.

#청량산

이나리강 래프팅 가는 초입에 위치한 청량산(해발 870.4m).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뤄 예부터 소금강산으로 불린 명산이다. 절 입구 주차장에서 내려 40~50분가량 가파른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자 한순간 시야가 탁 트이며 빼어난 풍광 속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량이 나타난다. 장인봉'선학봉'자란봉'향로봉'연화봉'연적봉'탁필봉'자소봉'경일봉'탁립봉'금탑봉'축융봉 등 12봉우리가 연꽃모양으로 둘러쳐져 있다. 이 도량을 마주한 순간 왜 '청량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실감났다. 그야말로 '맑고 시원하다.'

유리보전(琉璃寶殿) 법당 앞의 오층석탑 주변은 산사음악회 장소로 유명하다. 오층석탑 앞의 삼각우송(三角牛松)은 삼각우총(三角牛塚'청량사 건립 때 자재를 운반하던 뿔 3개 달린 소를 묻은 자리)에서 자란 소나무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 곳에서 40여분 산길을 올라가면 자란봉과 선학봉을 있는 해발 800m, 높이 70m, 길이 100m의 아찔한 하늘다리를 걸을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청량산은 수많은 전설과 설화를 간직한 신비의 산임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운무 가득한 청량산은 선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청량산에는 퇴계 이황이 공부한 장소에 후학들이 세운 청량정사와 통일신라시대 서예가 김생이 글씨공부를 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김생굴, 대문장가 최치원이 수도한 풍혈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와서 쌓았다는 산성 등이 있다.

[TIP]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남안동 나들목-안동 방향 5번 국도-안동시 외곽-도산서원 방향-35번 국도-봉화'태백 방면-봉화 청량산 입구-명호면 이나리강 래프팅 코스

▶ 래프팅 비용

봉화군 명호면 이나리강에는 현재 22개의 래프팅 업체가 있으며 보통 A코스(1시간 20분), B코스(2시간), C코스(3시간 30분) 등 세가지 코스로 나뉘며 가격은 1만5천~3만원선이다.

▶ 안전 문제

가이드의 안전교육과 구명조끼, 헬멧을 착용하면 안전에 큰 문제는 없다. 최대순 영주소방서 명호119안전센터장은 "물놀이 안전사고에 대비해 소방공무원 등 10명의 응급구조대가 익수자 구조, 응급처치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래프팅 보트에 보험확인 마크가 부착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 맛집

명호면 소재지 농협 맞은편에 위치한 청량호식당의 은어구이와 은어회, 도리뱅뱅이(민물고기 쪼림)는 별미다. 식당 주인이 1급 청정수에서 낚시로 갓 잡아온 은어회는 맛이 담백하며 은어구이는 뼈째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꺽지'참피리'버들치 등 민물고기를 간장양념으로 맛을 낸 '도리뱅뱅이' 또한 한 접시면 2, 3명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각각 3만원. 054)673-6790.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취재 협조=아름다운 청량산 래프팅(054-672-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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