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부 경제지표 호전에 현혹되지 말아야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2분기 이후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GDP 성장률도 2.3%의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사상 최대치의 경상수지 흑자도 냈다. 외견상으로는 분명한 회복 국면에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분기의 2.3% 성장은 산출 기준을 전분기로 했을 때 얘기다. 지난해 2분기 대비로는 -2.5%이다. 아직 우리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자신할 수없는 이유다. 더구나 민간의 경제 체력은 여전히 바닥이다. 2분기 GDP의 정부 기여도는 1.9%인 반면 민간은 -4.4%이다. 결국 2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낸 성과는 정부의 재정지출과 세제지원 효과에 힘입은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하반기에는 투입할 재정의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상반기에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쓴 결과 하반기의 재정투입 여력은 상반기 167조1천억 원의 60% 수준인 101조 원대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민간이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3분기 성장률은 1%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채권은행의 워크아웃 요구를 거부하거나 구조조정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 위기를 촉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 가운데 정리된 것은 17%에 불과할 정도로 금융권 구조조정도 속도가 더디다. 이런 식으로는 경제위기의 조기 탈출은 물론 위기 이후의 飛翔(비상)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강조한 배경에는 이러한 우려가 담겨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경제체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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