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리에 비친 관객의 모습까지 작품으로

A갤러리 스즈카사진전

합장(合掌)한 두 손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었다. 바닥을 맞댄 채 마주한 두 손은 마치 발가벗은 사람들이 부둥켜 안고 있는 느낌을 준다. 갸날픈 손, 투박한 손, 주름진 손, 손톱이 긴 손, 손끝이 뭉툭한 손. 손을 찍은 사진은 그 손의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손을 담은 액자의 유리에 비친 관객의 모습. 아마도 작가는 그것까지 작품으로 승화하려던 게 아닐까.

일본사진예술학회 이사이며, 핀홀사진예술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작가 야스 스즈카(62)의 작품전이 달성군 가창면 AA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린다. 58차례 개인전을 열었던 관록있는 작가 스즈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손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손의 주인공은 일본 사찰의 승려들. 스즈카는 "한국에서 꼭 한번 하고 싶었던 전시"라며 운을 뗀 뒤 "사연이 많았던 한·일 관계의 역사를 넘어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작가는 향을 피우고 차를 우려냈다. 차를 다루는 그의 손길에는 세심함이 묻어났고, 한 방울씩 우려낸 차의 향기는 입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굳이 손을 작업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 "손은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것을 기도할 때 두 손을 모은다. 바로 거기에 인간이 지향하는 바가 들어있다"고 답했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 손 사진뿐 아니라 천에다 손 사진을 프린트한 설치 작업도 선보인다. 아울러 전시장 옆에 별도 촬영장을 만들어서 찾아온 관객들의 손을 일일이 찍었다. 작가는 '대구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또 작가는 며칠 동안 수녀원과 사찰을 찾아다니며 한국 수녀와 승려들의 손 사진도 찍었다. 스즈카는 "손의 형태를 찍은 사진으로서 세계 평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이런 일련의 전시회를 시작하는 첫 출발지가 바로 대구"라고 말했다. 053)768-4799.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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