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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퇴계 선생의 고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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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경전 '서경'에서는 오복(五福)의 하나로 고종명(考終命)을 들고 있다. 고종명은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어가는 것을 뜻한다. 즉 병이나 재난이나 사고로 죽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받은 명대로 살다가 죽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고종기'(考終記)의 의미는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기록'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전통 유교 문화에서는 부형이나 선생의 임종 장면을 기록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 기록을 고종기라고 한다. 죽음이 갖는 비장함과 상징성 때문에 고종기의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죽음의 순간은 생애 마지막 순간으로서 삶의 집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장난기가 넘치고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죽음의 순간만은 엄숙하고 진실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람됨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퇴계 선생의 고종기를 읽어보면 선생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일상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기록에 따르면, 퇴계 선생은 1570년 11월 9일 병세를 느끼기 시작한 후 12월 8일에 작고한다. 그런데 선생은 인생을 마감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평정심을 흩뜨리지 않고 절제된 삶을 보여주었다. 병석에 누워서도 제자들에게 답서를 보내고, 자제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빌려 온 서적을 잊지 말고 돌려주라고 명한다. 그리고 자신이 교정한 서적의 잘못된 곳을 고치라 말하고, 자신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지시한다.

선생의 여상(如常)함은 돌아가시는 날의 기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8일 아침에 매화 화분에 물을 주라고 하셨다. 이날, 날씨는 맑았다. 유시(酉時:오후 5~7시) 초에 갑자기 흰 구름이 지붕 위로 모여들고 눈이 한 치쯤 내렸다. 잠시 뒤에 선생은 와석(臥席)을 정돈하라 말씀하셨는데, 부축하여 몸을 일으켜드리자 앉아서 돌아가셨다. 그러자 구름은 흩어지고 눈이 개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약해진다. 평소 강했던 사람일수록 더욱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퇴계 선생의 경우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의연했다. 요즘 유행어로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유학자에게 있어서 삶은 죽음의 순간에 완성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이 결코 이분법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평상과 일상의 모습으로 맞이한 퇴계 선생의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웰다잉일 것이다. 장 윤 수 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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