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광주시청의 공무원과 몇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광주NGO재단 개관식에 참석한 후 부산, 대전에서 온 분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 그 공무원이 합석했다. 운전에, 행사 참관에, 몇 잔 곁들인 술로 인해 몸은 피곤했지만 그분이 풀어놓은 얘기를 끝까지 들었다. 광주NGO재단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광주시청에서는 무엇을 지원했는지, 다양한 비영리 민간단체들 간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그 과정에서 공익 활동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 시민운동가나 재단 관계자의 입이 아니라 공무원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생소했다. 흥미로웠다.
최근에 대전, 부산, 광주, 강릉에서 NGO재단(혹은 시민재단)을 설립했거나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산시민재단과 광주NGO재단은 자치단체가 설립하고 민간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추진되었고, 대전은 민간이 조직을 만들고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강릉에서는 법인은 민간에서 만들고 그 산하에 사업조직 운영을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모두 민간에서의 노력과 자치단체의 지원이 결합하여 '시민재단'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자산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재단 혹은 NGO재단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일본의 'NPO지원센터'를 살펴보자. 몇년 전에 10여개의 이들 지원센터를 둘러보았다. 1990년대 말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현(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행정단위의 센터부터 그 이하 시'정 행정단위까지 촘촘하게 지원센터를 설립하였다. 일본의 NPO지원센터는 한마디로 수많은 풀뿌리 비영리조직을 상담, 지원, 협력하고 시민들을 이러한 비영리 활동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관이자 자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설립과 운영은 자치단체에서 설립하여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형태, 자치단체에서 설립하여 민간에 위탁운영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간혹 자치단체와는 관계없이 민간에서 설립하여 민간이 운영하는 형태도 보인다.
이 중에서 가나가와현의 NPO지원센터(정식 명칭은 '가나가와현민서포트센터')를 보면 96년에 설립된 후, 센터에는 하루평균 1천명 이상, 연간 40만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지원센터를 만들고 난 이후에 비영리 공익단체가 현내에 2천100개 정도로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활동은 비영리단체 설립'운영 지원 및 상담, 시민들에게 정보제공, 전문가 연결, 비영리단체 인프라 제공, 행정과 기업 등 지원기관과 네트워크 형성, 비영리정보센터 구축, 기금 사업 등이다. 또한 이 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볼런티어활동추진기금21'이라고 있는데 106억엔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기금을 조성하고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관이 시민재단 혹은 NGO재단이다.
NPO지원센터이든 NGO재단이든 이름보다는 그 기능의 필요성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결국 비영리공익단체를 활성화시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지원센터가 설립된 이후 시민들이 지역사회, 이웃, 동네, 공익을 위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들 지원센터는 나눔과 기부 문화를 확산시켜 기금을 조성하고 그 기금을 다시 시민사회에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활동의 성과가 시민재단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 비영리단체와 시민이 공유하기 때문에 시민재단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원기관이자 격려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후원금을 예로 들어보자. 개별 비영리단체에서 모금을 한다면 그것은 모금을 한 단체에서 필요로 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 진행할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재단에서 모금을 한다면 그것은 시민, 기업의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이거나 그 기부금을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는 점에서 차이를 알 수 있다. 또 하나, 한국이든 일본이든 시민재단은 정부(지방정부)와 민간의 공동의 노력으로 설립하고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는 협력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정부와 이들 지원센터가 공동으로 많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교통 분야,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분야, 환경 분야, 저소득층 지원사업 분야, 이주외국인 지원 분야 등. 이런 역할을 하는 사회적 기관이라면 대구에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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