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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칭기즈칸의 칼/채경석 지음/휴먼앤북스 펴냄

12세기 말. 세계 각국은 다툼과 분열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교역로는 허물어져 문물 교류가 끊어지고, 종교 갈등으로 문화적 유산이 사라져가던 때였다. 신성한 부족의 칸으로부터 대칸의 탄생을 결정할 칼을 넘겨받은 보테킨은 실크로드를 따라 장대한 여정에 나선다. 그는 실크로드를 따라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며, 대칸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이해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물상을 알아간다. 그리고 몽골로 돌아와 테무친 진영에 가담해 초원 통일 전쟁에 뛰어든다.

이 장대한 드라마는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의 삶과 죽음이 역사를 어떻게 열고 닫았는지 보여준다. 트레킹과 오지 탐험 여행가이기도 한 지은이의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 탐방을 바탕으로 쓴 글인 만큼 거대한 스케일과 선 굵은 서사가 특징이다.

12세기 말의 역사 현장을 세밀하게 복원하고, 당대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은 주인공 보테킨의 여정을 따라 중앙아시아 초원을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에 빨려들 수 있다. 이슬람 문화권과 간다라 문화, 사막과 만년설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칭기즈칸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치밀하게 얽혀 거친 시대를 살아갔던 인물의 삶과 거친 자연의 소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464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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