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다에서 고래를 못봤다고요? 그럼 고래박물관으로…

울산 장생포 고래특별구역

고래박물관에는 범고래와 브라이드(긴수염과) 고래 골격을 원형 그대로 보존, 전시해 놓았다.
고래박물관에는 범고래와 브라이드(긴수염과) 고래 골격을 원형 그대로 보존, 전시해 놓았다.

'꿩 대신 닭, 독수리 대신 매'

고래관광선을 탔는데 고래를 보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울산 장생포항 주변은 고래관광 특구로 지정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오는 10월 말이면 고래생태체험관도 완공돼 실제 바다에서 고래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체험관, 수족관에서 대신할 수 있게 된다. 갇혀있지만 자세히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생포는 조용한 마을의 특별지구. 푸른 바다를 접하고 있어 항구도 아름답다. 고래관광선에서 내리면 맞은편 거리에는 고래 맛집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만약 고래고기를 싫어하거나 먹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횟집이나 낙지볶음 등을 먹어도 된다. 먼저 고래에 관한 상식이 부족하다면 고래박물관에 가보라. 특히나 해설사의 설명을 듣게 된다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고래에 관해 궁금하다면 '고래박물관'으로

울산시 남구 매암동 139-29. 고래관광선이 출발하는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2005년 5월 개관했다. 박물관은 1시간가량 여유를 두고 보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고래의 표본을 실물 그대로 전시해 고래의 규모를 느낄 수 있다. 고래잡이의 흔적을 포함해 고래와 인간 간의 유구한 역사도 알 수 있다.

취재팀은 박물관 자원봉사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허보경 해설사는 고래에 관한 상식을 아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 친절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아 놓은 범고래와 브라이드 고래의 골격이 관람객들을 놀라게 한다. 허 해설사는 먼저 고래가 크게 이빨과 수염이 있는 고래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허 해설사는 "고래에 관한 상식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이곳에선 실제 보면서 설명이 가능해 고래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범고래의 골격 표본은 1962년 2월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정 앞바다에서 포획한 범고래의 수컷이다. 전통 포경지역인 장생포와 타이지정의 도시 간 교류진흥을 위해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정에서 특별히 기증한 것.

브라이드 고래는 길이 12.4m, 머리 크기 3m, 무게가 850㎏이나 되는 대형고래로, 일본의 세계적인 고래뼈 조립 전문제작소인 일본 교토의 니시오 제작소에서 다양한 작업과정을 거쳐 완성해 기증했다.

귀신고래 전시관은 가장 인기있는 코너. 한국계 귀신고래,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 일본에 나타난 귀신고래를 영상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귀신고래의 이동경로, 출산 등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코너다. 특히 귀신고래는 신출귀몰하게 출현할 뿐더러 한반도에서 살던 고래여서 국제적으로도 'korean'이라는 명칭이 이름 앞에 붙어있다.

박물관 밖에는 마지막 포경선이었던 진양 6호도 전시돼 있다.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닌 배로 어떻게 고래를 잡았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반구대 암각화 역시 이곳에서 봐도 좋다. 박물관 한쪽 편에 반구대 암각화를 높이 4.5m, 넓이 8m로 실물과 같이 재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당시 울산 앞바다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고래가 살았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선사시대 고래 생태가 반영된 '반구대 암각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 234-1. 국보 제285호인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처음으로 발견됐다. 울산 장생포항에서 1시간가량 걸리는 이곳은 사실 산책길이 더 좋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구대 암각화까지 10여분 남짓 걸리는 산책길은 온통 녹색의 태곳적 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 길을 걷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녹색 물속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까지 태곳적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걸어가 막상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 실망이다. 수면 아래 잠겨있기 때문. '국보가 이렇게 관리되다니…' 한탄이 섞여나올 정도. 수면이 내려가도 이끼가 끼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실제로 높이 3m, 너비 10m 규모의 암각화에는 절벽 암반에 육지, 바다 동물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선사인들이 어떤 목적으로 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래에 대한 묘사가 많다는 것. 비교적 세심하게 표현해 우리나라 인근에 다양한 고래가 서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작살을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등에 태우고 다니는 고래를 새겼다. 3m 높이까지 조각을 새긴 것으로 보아 사다리를 이용해 제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95년 6월 문화재로 지정됐으니 발견된 뒤 무려 16년이라는 세월을 방치된 채 보낸 셈. 중요한 건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이곳에 사연댐이 들어서면서 조금씩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민의 주식수원인 사양댐과 문화재청 사이에 옥신각신 줄다리기도 한참 이어졌다. 갈수기인 11월에서 5월 사이에는 비교적 가까이에 접근해 암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올해 5월부터는 그마저도 금지됐다. 20여m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봐야 한다. 비가 많고 물이 많은 여름철에는 가도 볼 수 없다. 수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관리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물에 잠기기 때문에 생기는 훼손도 훼손이지만 정작 관람객들이 암각화에다 자꾸 돌을 던져 훼손된 것도 있다"고 했다. 형체를 알아본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위해 위치를 알려준다면서 암각화에 돌을 던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는 것.

반구대 암각화를 보지 못해 허탈한 마음은 암각화까지 가는 500여m의 오솔길이 달래준다. 여느 수목원 못지않게 잘 정돈된 산길과 주변에 널리 퍼진 수목, 그리고 댐에 담긴 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개는 절경이다. 멀지 않은 곳에 암각화 전시관이 있어 볼거리는 어느 정도 다양하다.

◆울산 남구, '고래문화체험특구'

울산시 남구 장생포는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 특구로 2014년까지 158억원이 투입된다. 고래 문화체험 등 4개 분야 14개 사업이 추진된다. 특구로 지정돼 세계적인 고래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

러시아의 포경전진기지(1899년) 설치 이후 1987년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전까지 고래도시로서의 영화(榮華)를 문화체험형 고래특구로 부활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남구 장생포 일대 164만여㎡를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체험특구'로 지정했다. 울산에서는 지난 2006년 울주군 언양·봉계 한우불고기특구 지정에 이어 두번째 특구. 남구는 특구 지정으로 침체에 빠졌던 장생포 일원이 특화된 체험형 고래관광지로 거듭나 막대한 관광수익 창출은 물론 세계적인 고래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고래관광선은 외지 손님 유치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 고래관광 취재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 '진빵의 앙꼬'와 같은 고래 구경.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에서는 최첨단 장비로 고래탐지 능력을 키워 고래 볼 확률을 높이거나 고래떼를 유인하는 등의 비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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