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1, 2/앨리스 슈뢰더 지음/이경식 옮김/랜덤하우스 펴냄
워런 버핏이 아홉 살이던 해 겨울. 눈이 내렸고 워런은 누이동생과 눈장난을 하는 중이었다. 버핏은 문득 한 움큼 눈을 뭉쳤다. 점점 더 많은 눈을 붙였다. 제법 큰 공 모양이 되자 땅에 놓고 굴리기 시작했다. 눈뭉치는 눈덩이가 되고, 눈덩이는 점점 커졌다. 버핏은 마당을 가로질러 눈덩이를 굴리고 눈덩이는 더욱 커졌다. 이윽고 집 마당 끝에 다다른다. 잠시 망설이던 버핏은 이웃집 마당으로 눈덩이를 밀고 갔다. 버핏은 계속 눈덩이를 밀었고, 그의 시선은 눈 덮인 온 세상을 향했다.
후에 버핏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생은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같다. 중요한 것은 습기를 머금은 눈과 길고 긴 언덕을 찾는 것이다."
월 스트리트에서 50년 이상 정상을 지키며 2008년, 2009년 2년 연속 '포브스'지 세계 최고 부자 CEO로 선정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그는 대공항기 직장을 잃은 은행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물려받은 재산은 없었다. 조직에 들어가 그 조직의 성과를 손에 넣지 않았다. 오직 스스로 투자를 통해 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 자신의 재산 8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버핏은 부를 일구기 위해 일생동안 엄청난 노력과 헌신을 했다. 여섯 살 때 껌을 팔아 돈을 벌고 열한 살 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청소년기에는 신문 배달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조금씩 모아 투자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힘만으로 모든 걸 이루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성공은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 주식 시장이 최고조로 발달한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 '로또에 당첨'된 것이라는 말이다. 만약 가난한 나라의 오지에 태어났더라면 평생 땀 흘려 일하더라도 근근이 먹고사는 정도에 머물렀을 것임을 깊이 인식했다. 이 같은 생각은 그를 '책임 있는 부자' '정직한 부자'로 이끌었다. 그는 세계 최고 부자의 소득세율이 비서의 소득세율보다 낮은 현실에 분개한다. 부시 행정부 시절 상속세 감세에 적극 반대하기도 했다.
이 책은 '버핏의 성공담'처럼 보이지만 돈벌이를 알려 주는 책은 아니다. 버핏의 놀라운 집중력과 학습량, 어떤 경우에도 '정직'을 추구한 태도, 석유 파동, 살로먼 브라더스 사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9·11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등 고비 때마다 그가 내렸던 판단과 행적 등은 미국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조망이자, 현대 자본주의 지침서다.
책은 워런 버핏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생생하게 추적하고 있다. 회고록을 쓴 적이 없었던 워런은 이 책의 지은이 앨리스 슈뢰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했고, 무제한적인 인터뷰를 허락했다. 가족과 친구들, 사업상의 파트너들에게도 그녀의 인터뷰를 지원해주도록 했다.
책의 지은이는 5년 동안 워런의 삶과 사업의 성과, 세상사에 대한 의견, 그의 실수, 투쟁을 추적했다. 정신병이 유전되는 집안에서 태어난 어머니의 학대, 이모와 조카의 자살, 아내와 결별, 사실상 두 명의 아내를 둔 남부끄러운 이야기, 신뢰와 우정 등 워런의 입장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는 물론이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모두 쓰고 있다.
버핏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내가 말하는 내용과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다를 때는 무조건 나를 나쁘게 말하는 쪽을 선택해주시오. 아첨이 덜한 쪽으로 말입니다." 버핏은 정직과 겸손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했다. 1권 1천25쪽, 3만8천원. 2권 809쪽, 3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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