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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빗살무늬에 새 둥지 김남영·권현정씨 취업 성공기

대구지역 섬유관련 중소기업체에 취업을 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남영(좌측)씨와 권현정씨.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지역 섬유관련 중소기업체에 취업을 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남영(좌측)씨와 권현정씨.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경북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향토기업에, 그것도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지역 전통산업의 하나인 섬유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섬유업계에서는 40대 이하의 전문기술인들을 찾아 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는 지역 미래 섬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해결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섬유산업의 희망과 비전을 보고 지역 섬유업체에 취업을 해 나름대로 꿈을 키워가는 신입사원을 만나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급 원단 생산 수출업체 취업한 김남영씨

김남영(24·여)씨는 영남대에서 섬유소재가공을 전공(의류패션 부전공)한 후 올해 졸업하고 지난 5월 중순 고급 원단 생산을 해 수출만 하는 대구의 ㈜영원코퍼레이션에 입사했다. 주변의 친구들이 취업을 위해 학교를 휴학한 후 취업준비에 열중하는 데 비해 그는 처음부터 취업 목표를 서울의 대기업으로 잡지 않고 지역에 건실한 중소기업에 취업해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기로 했다.

별도로 취업 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전공 공부는 기본이고 영어공부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800점대 토익점수를 받았다. 그는 지난 3월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섬유패션 관련학과를 졸업한 미취업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미래수요 섬유패션 실무자 양성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수에 참여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섬유에 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필요한 문서 관리와 작성 방법, 마케팅 등 섬유 전반에 대한 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50여일 만에 영원코퍼레이션에 취업을 했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표가 섬유 대기업인 코오롱에서 다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고급원단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으로 수출하고, 무엇보다 장래성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영원코퍼레이션 김희진 대표는 "새내기 사원인 김씨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섬유소재가공을 전공하고 의류패션을 부전공으로 하는 등 섬유와 패션에 대한 제반 지식을 갖추고 있고 무역업무에 필요한 영어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춰 회사 업무를 스펀지처럼 잘 흡수해 만족한다"고 칭찬했다.

신입사원 김씨는 "첫 직장에서 대학때 배웠던 섬유에 관한 것을 직접 접하면서 훨씬 기억에 더 남고 더 빨리 배우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서울 등 수도권의 대기업으로 취업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적성이나 실력 등을 감안해 지역의 중소기업에서도 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성실히 일하면 몸값이 뛰고 승진도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텍스타일디자인 디지털 프린팅 전문회사 취업한 권현정씨

권현정(27·여)씨는 영남대에서 의류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의류패션을 전공하고 지난달 대구염색공단내 전통문양 디자인 원단을 디지털 날염방식으로 생산하는 ㈜빗살무늬에 취업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 소재 의류회사에 취업을 했었다. 지방보다는 많은 연봉을 받는 등 조건이 좋았으나 혼자서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관계로 생활비가 많이 들었고 힘이 들어 몇개월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그는 지금도 주위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월급을 더 받는다고 할지라고 객지 생활에 소요되는 돈이 많이 들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며 말리는 편이라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전통문양의 디자인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했고, 논문도 '한국 전통 문양을 활용한 텍스타일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서 섬유나 패션 등을 전공한 많은 석사급 인력들이 대부분 지역외로 취업을 하는 것이 현실임에도 자신의 미래를 마음껏 펼쳐 볼 수 있는 데 중소기업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빗살무늬에 취업을 결심했다.그는 예술작품을 응용한 아트상품과 전통문양을 활용한 문화상품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상품, 디지털프린팅을 활용한 생활소품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 회사 정순식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의류패션을 전공한 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6개월여 동안 섬유패션 실무자 양성 교육을 받아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잘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채용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신입사원답지 않게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우리 회사의 연구개발과 패션을 접목시키는 일을 잘하고 있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섬유패션 분야의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섬유업체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섬유관련 업계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구의 섬유관련 연구소를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어 내가 성장하는 데 더 큰 기회가 될 것 같다"면서 "자신의 능력이나 스펙은 고려하지 않고 높은 연봉이나 복지 혜택, 좋은 근무 여건만 따지는 경우 취업을 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도 취업의 폭은 더 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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