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의 매력은 무엇일까. "자신의 글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나운서나 MC의 입을 통해 방송을 타니까 왠지 멋있어 보여요. 쓰는 글과 읽는 글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쓴 글이 방송된 뒤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때 뿌듯함을 느끼죠."
대구KBS 라디오작가 서현명(41'여)씨가 방송에 입문한 것은 1994년 음악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학창시절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친구들에게 곧잘 편지쓰는 것이 취미였다. 대학 졸업 후 학원강사와 동화작가 등을 전전하던 그녀는 우연히 친구의 추천을 받는다. 대구KBS 작가로 일하던 친구가 그녀의 감성이 FM라디오 프로그램에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도전을 해보라고 권유한 것.
"방송 시작 초기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6개월 정도는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자보질 못했어요. 도서관에서 잡지나 신문'사보 등 자료 공부를 하는데 하루 평균 5시간 정도를 투자했죠. 거기다 방송 모니터링도 꼬박꼬박 했으니까요." 그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오프닝'이었다. 즉, 들어가는 이야기를 무엇으로 할까가 난제였던 것. 3개월 후 너무 힘들어 작가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선배 작가의 호통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도 '오프닝'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수시로 좋은 표현이나 아이템은 수첩에 기록해놓는 등 그나마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였기에 과거에 비해 오프닝 만들기가 수월하다.
그녀가 지금 맡는 프로그램은 1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대구 뉴스와이드'다. 그녀는 5년 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 재미를 톡톡히 붙였다. "지역 현안들을 지역민들에게 알려주는 재미가 있죠. 특히 서민적인 아이템을 할 때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청취자들이 전화를 하거든요. 그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구나는 생각에 기분이 좋죠." 과거에는 단순히 감성적이고 음악성이 있는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시사 프로그램 나름의 장점에 자신이 잘 맞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녀는 방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라고 했다. "처음에는 작가가 글만 잘 쓰면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글뿐 아니라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죠. 같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서로 의견이 잘 통해야 하거든요. 혹시 한 사람이 실수를 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보완할 수 있고요.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 일주일에 25분의 패널이 나오는데요.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해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다보니 가끔 당황할 때도 있다. "최근에 패널과 전화 연결 약속이 돼 있었어요. 그런데 그 패널분이 강원도 휴가지에서 전화를 받기로 했는데 워낙 오지라 연결이 잘 안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7분을 메워야 하는데 아이템을 찾느라 정말 진땀을 뺐죠. 다행히 다른 분으로 대체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어요." 전화 연결해서 3초 정도만 상대방이 머뭇거려도 '혹시'라는 생각에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한다.
그녀는 라디오가 따뜻한 매체라고 말했다. TV에서 찾을 수 없는 감성이 있고 곧바로 청취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PD'기자는 남자만 한다?
방송계에도 여성 파워는 거세다. 여성들의 무대로 여겨지는 방송작가와 리포터뿐 아니라 최근에는 PD와 기자직종에도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종전까지 PD와 기자는 전통적으로 '남성 텃밭'으로 여겨졌던 분야다.
대구의 지상파 3사의 PD와 기자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대구MBC가 PD와 취재기자가 각각 17명, 대구KBS가 PD 17명, 취재기자 19명이고 TBC의 경우 PD 23명, 취재기자 17명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여성 PD와 여기자는 대구MBC가 각각 2명씩이고 TBC의 경우는 3명(PD), 2명(기자)이다. 대구KBS는 특히 여성 진출이 눈에 띄었는데 PD의 경우 9명, 기자는 8명이나 된다. 비율로 보면 5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TBC 선혜선 PD는 "과거에 비해 프로그램 색깔이 다양해지면서 섬세한 부분을 터치할 수 있는 여성적 감성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여성 PD들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KBS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PD나 기자 시험을 치르면 대부분이 남성이었지만 요즘은 지원자의 상당수가 여성들"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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