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많은 버스·지하철 못타겠어요"

재채기 하면 자리 옮기고 손잡이는 손수건으로 감싸

신종플루 확산으로 대구시내 대학병원 응급실이 초긴장 상태다. 27일 신종플루 진료 거점치료병원인 동산의료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신종플루 감염 환자의 진료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신종플루 확산으로 대구시내 대학병원 응급실이 초긴장 상태다. 27일 신종플루 진료 거점치료병원인 동산의료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신종플루 감염 환자의 진료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8일 오전 8시 대구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개인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한 승객이 재채기를 하자 주변에 있던 승객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일부 승객들은 지하철 객실 내 손잡이를 아예 잡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승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손잡이를 손수건이나 휴지로 감싸 잡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김영훈(35)씨는 "출퇴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긴 하지만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며 "손잡이를 잡지 않거나 사무실에 도착하면 손부터 먼저 씻는다"고 했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르는 대중교통 특성상 신종플루 전파의 주된 통로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튀는 침을 타고 전파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객차 안에서 감기 환자 한 사람이 재채기를 통해 5분 동안 최대 150명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잡이의 위생 상태도 엉망이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시내버스 손잡이에서 10㎤당 380CFU(1㎖당 10억∼1천억마리)의 세균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신종플루 감염을 막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청소를 강화하고, 내부 공조 시설의 가동 횟수를 늘려 환기를 철저히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하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예방과 관련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 한편, 지하철 역마다 방진 마스크를 갖춰 기침이 심한 이용객에게 나눠주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권할 방침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신종플루 감염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하철 이용객들이 혼란과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이용객과 직원들의 감염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내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전반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종플루는 감염자와 2m 거리에서 2시간 이상 붙어있어야 긴밀 접촉자로 인정되는 만큼 감염자와 잠시 마주칠 가능성이 큰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모두 감염 위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하루 동안 지역에서 확진된 신종플루 환자 수는 총 34명(대구 31명·경북 3명)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이들 환자들 대부분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8일 오전 9시 현재 지역 내 신종플루 확진 환자 수는 모두 260명(대구 172명·경북 88명)으로 늘었고, 전국적으로는 27일 현재 3천705명에 이르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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