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원류 산책-35] '어디고'와 이즈코(何處)

우리의 '황성옛터'처럼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죠노츠키(皇城の月)', 즉 '황성의 달'이라는 흘러간 옛노래 가사에 '이즈코(何處)'라는 말이 나온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생각나게 하는 이가 있는데 그가 박정희 대통령이다. 술만 들면 '황성옛터'를 불렀다고 하는데 이 '고죠노츠키'의 '이즈코'에서 아주 많은 허무한 감회를 느꼈으리라….

우리 고대어의 '어드고'가 원형인 '이즈코(何處)'는 인생무상의 철학을 내포한 '어디뇨' 라는 의미다.

일본 최초의 도래인들은 가야에서 건너간 관계로 지금도 일본어의 기본 골격은 고대 경상도 방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오늘날에도 언듯 들으면 일본어인지 경상도 사투리인지 구별이 안 갈 때가 많다.

경상도 방언의 특색 중의 하나는 말 앞에 '또'자를 붙이는 것인데 자꾸 늘어난다의 '또 늘어'는 일본어로는 '츠노루(募る)'로 '점점 심해지다, 더해지다'라는 뜻이고 '또 모으다'는 '츠모루(積もる)'로 '쌓다'라는 뜻이다.

또 무슨 말을 시작할 때 '또 그런데'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일본어 '도코로데(ところで)'로 '그런데'라는 뜻이며 '또 어찌요'라는 말은 '도오쇼우(どうしょう)'로 '어떻게 해'라는 뜻이다.

'또 어쩔까'는 '도우스루카(どうするか)'로 '어떻게 할까'이고 '또 어쩌랴'는 '도우스루야(どうするや)'로 '어떡하나'가 된다.

'또 머하구'는 '도모카쿠(ともかく)'로 '어쨌든 간에'라는 뜻이며 '또 말해', '도마레(とまれ)', '라구 말해'는 '가쿠마레(かくまれ)','또머 말해'는 '도모아레(ともあれ)'로 '뭐라고 하든지'라는 뜻이다.

이처럼 발음도 비슷하지만 뜻도 거의 같은 용도로 쓰이는데 생략하기를 좋아하는 경상도 말의 특징이 그대로 오늘날 일본말의 특징이 되었다. 예를 들면 '그렇게도'가 '그케도', 이를 더 줄여서 '케도'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어로 하면 '케레도모(けれども)', '케레도(けれど)', '도모(ども)'로 되어 경상도 방언이 그대로 일본어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렇다케도'의 줄임말인 '그케도'나 '다케도'는 일본어로는 '다케도(たけど)'라고 한다. 또 '턱도 없다'의 '턱도'는 일본어로는 '토테모(とても)', '돗테모(とっても)', '돈데모(とんでも)' 등으로 경우에 따라 강조용법으로 사용되고 있어, 오늘날 같으면 원작 표기법에 저촉돼 당연히 소송감이 되지 않을까?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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