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가을 '지자체 축제' 구경도 못하나

관람객 대거 감염 우려 울진백암온천 취소, 신라문화제 대폭 축소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가 주최하는 가을철 축제와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이달 3일 전국 지자체에 "연인원 1천명 이상 참석하고 이틀 이상 계속되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취소하되 불가피한 경우 연기·축소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김천시가 신종플루 때문에 경북지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면서 가을 축제를 비롯한 대형 행사 취소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잇따르는 행사 취소

경북 울진군은 4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11~13일 백암온천 관광특구에서 열 예정이었던 '울진백암온천축제'와 25~27일 엑스포공원에서 열기로 했던 '울진금강송 송이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다만 12일부터 이틀간 백암산 산행에 나서기로 한 경상북도 산악연맹의 '경북산악인 한마음 등산대회'는 예정대로 개최키로 했으며, 25~28일 열리는 '울진성류문화제'는 옥외행사 대부분을 취소하고 사진전시 등 실내 일부 행사만 치르기로 방침을 바꿨다.

울진군 한 관계자는 "정부가 행사 강행으로 신종플루 발생시에는 재정적인 패널티는 물론 관계공무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행사를 강행할 수 있겠냐"고 했다.

대구 달성군도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제14회 군민의 날 축하 전야제 및 군민체육대회, 9개 각 읍면 체육대회 등 군 주관 지역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한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 행사에 배정돼 있던 4억여원의 예산은 추경을 통해 다른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경북 경주시와 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는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신라문화제'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개막제, 길놀이, 줄다리기, 그림그리기, 사생대회, 화랑·원화선발대회 등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프로그램은 내년 행사 때 개최하기로 한 것. 조직위 관계자는 "3년마다 열리는 길놀이 등 대규모 행사를 올해 개최해야 하는데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군중이 몰리거나 인원이 동원되는 행사는 모두 내년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난감한 지자체

일부 시군은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미 축제 사전 홍보, 기획사 계약 등 일부 예산을 집행한 곳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취소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안동시는 축제 개최여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북도에 질의서를 보내 의견을 묻기로 했다. 25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2009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2년 연속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선정돼 100여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대표축제로 자리잡았기 때문. 안동시는 행안부에 보낸 질의서에서 "외국 공연단 경우 입국시 검역으로 안정성이 확보되지만 오히려 내국인들을 통한 감염이 더 심각한 우려"라며 "축제장에 발열 감시용 열화상카메라 설치, 손 소독기 설치, 외국공연단 보건 전담 공무원 배치, 발열환자 발생시 응급의료 시스템 완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축제 20여일을 앞두고 전체 예산 가운데 이미 25억원이 집행됐고 공연단 섭외 등 축제 준비가 마무리에 있는 상황에서 축제를 취소할 경우 민간부분 210개 부스설치 준비 등 20여억원에 이르는 예산 손실과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동시 관계자는 "문체부와 경북도 질의 회신을 받은 후 이렇다 할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축제조직위원회 이사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개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개최쪽으로 가닥을 잡고 준비를 계속하고 있으며, 취소가 결정되는 시점에서 모든 예산집행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천시 역시 '제 7회 영천한약축제' 개최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25일부터 5일 간 열리는 한약축제를 위해 사전 홍보와 기획사 계약, 물품 준비 등으로 전체 6억원의 예산 가운데 1억여원을 이미 집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는 일단 언론 등의 홍보를 중단하고 이번 주중에 개최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황재성·엄재진·황이주·한윤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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