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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조선의 서정시인 퇴계 이황/정우락 지음/글누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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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과 관련해 떠도는 우스개가 있다. 저승에 가보니 퇴계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뼈에 구멍이 숭숭 나 있더라는 것이다. 뼈에 왜 그렇게 구멍이 숭숭 나 있느냐고 물었더니, 퇴계가 하토(下土)를 가리키며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하도 삶아서 이렇게 되었네'라고 답했다. 여기서 '삶는다'는 '이야기하다' 혹은 '논하다' 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만큼 퇴계에 관한 연구는 많다. 연구가 많으니 깊이가 있지만 잘못된 글로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은 지금까지의 퇴계 연구와는 좀 다르다고 말한다. 부제 '우리가 몰랐던 퇴계의 남도여행'이 이를 암시한다. 퇴계와 남도(경상남도)는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지은이에 따르면 퇴계의 처가가 경남 의령 가례와 거창 영승에 있었다. 또 퇴계의 종자형을 비롯해 친분이 두터웠던 인물과 제자들이 경남에 많았다. 퇴계의 초기 시(詩) 대부분이 경남을 여행하면서 창작되었다는 점도 퇴계와 경상남도를 떼어놓기 힘든 이유라고 말한다.

퇴계의 초기 시는 뛰어난 시적 감수성과 깊은 서정이 어우러져 있다. 주리적 사유세계가 침투하던 중년 이후의 시와 많이 다른 점이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퇴계와 경남의 인연, 2부는 합천, 의령, 함안, 마산, 진주, 사천, 거창 등과 관련된 시문, 3부는 경남 지역에 전하는 설화 가운데 퇴계와 남명이 함께 등장하는 몇 가지를 살피고 있다.

퇴계와 남명에 관한 이야기 하나. 일찍이 퇴계와 남명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퇴계가 말했다. '주색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인데, 술은 그래도 참기 쉽지만 색은 참기 어렵소. 그대는 색에 있어서 어떠시오?'

남명이 답했다. '나는 색에 있어서는 패군지장(敗軍之將)이니, 묻지 않는 것이 좋겠소.' 224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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