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생시인 것 같더군요. 아이가 어찌나 슬피 울던지…."
김인자(가명·58·여·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6일 아들의 유골함이 안치된 경북 칠곡군 대구시공원묘지 내 추모의 집 봉안당(납골당)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들의 33번째 맞는 생일이었던 이날은 유난히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들이 세상을 등진 2004년부터 매해 첫날이면 유골함 틈으로 넣어둔 1만원권 지폐 다섯장이 사라졌다. 지난달 걸어 놓은 조화의 위치도 바뀌어 있었다.
관리인에게 물었지만 되돌아온 답은 "정신 나갔느냐"는 식의 '무시'였다. 김씨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사람들인데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랑이 끝에 봉안당을 열었다. 봉안당 자물통 위에 씌어 놓은 덮개를 걷고 열쇠를 꽂으니 쉽게 봉안당 문이 열렸다. CCTV가 안치단을 비추고 있었지만 사각 지대가 너무나 많았다. 어렵지 않게 문이 열린 것도, 열었다 닫아도 흔적이 남지 않는 봉안당 잠금 장치도 김씨를 더욱 기막히게 했다.
김씨는 "이곳은 민간업자가 대구시로부터 수탁관리하고 있어 안심하고 아들을 맡겨 놓았다. 아이가 품안에 있을 때도 방을 함부로 열고 뒤지지 않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투표함처럼 안치단에 봉인 장치를 해 잠금 장치를 철저히 해줬으면 한다"며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언제든 유골함이 바뀔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추모의 집 최승교 부장은 "봉안당 자물통에도 덮개를 씌어 봉인을 해놨고 열쇠도 관계자만이 가지고 있다"며 "봉안당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열고 닫을 수 없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위탁을 맡긴 상황에서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다만 "민원 해결을 위해 봉안당 현장 조사를 마친 뒤 친절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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