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왜군에 3일간 생포된 이순신 그린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20일까지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입힌 팩션이다. 난중일기에 누락된 이순신 장군의 숨겨진 3일의 행적을 그렸다는 기획 의도는 이 작품의 발칙함을 짐작케 한다. 작품 속 이순신은 큰 칼을 옆에 차고 서울 세종로에 근엄하게 선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뮤지컬은 선조 30년, 권율 장군 휘하에서 백의종군하게 된 이순신의 등장으로 막을 연다. 수루에 홀로 앉아 일기를 쓰던 이순신은 왜군 무사 사스케에게 생포당해 졸지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신세가 된다. 이순신은 말끝마다 육두문자에, 배가 고파 왜장이 먹고 있는 고구마에 목숨을 거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사스케가 명나라 군사에게 겁탈될 뻔한 막딸이라는 조선인 처녀를 구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전쟁 고아 막딸은 자신을 위해 부상을 입은 사스케에게 연모의 정을 쌓는다. 이순신은 그런 막딸이 못마땅하지만 그녀를 혼자 두고 갈 수도 없어 사흘간의 일정에 합류한다.

'영웅을 기다리며'는 주요 배우 세 명이 1시간 30분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노래 실력과 연기 앙상블이 대단하다. 배고픔에 정신을 놓은 셋이 부르는 희한한 합창과, 꿈속의 합창 장면에서는 폭소와 박수가 절로 터진다. 영웅 이순신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은 감동적이다. 난중일기 세 쪽이 왜 사라졌는지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연은 20일까지.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화'목요일 오후 7시 30분, 금요일 오후 4시,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3'6시(월요일 공연 쉼). 053)810-1525,6.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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