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줄줄이 위장전입 前歷者로 채워질 내각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부인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20여 년 전 사원아파트를 분양 받기 위해 주민등록주소지를 허위로 옮긴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국회의 임명동의는 내일 본회의를 지켜봐야겠지만 청문회에서는 본인의 '시인과 사과'를 들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어이없는 것은 박 의원이 다른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신랄한 비판자였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김준규 검찰총장 청문회 때는 "위장전입 한 번 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저는 부모 자격이 없는 것인지 자괴감마저 든다"고 했다. 지난해는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에 대해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누가 누구를 욕할 처지가 아닐 만큼 위장전입이 고위공직자 사이에 만연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입증하는 장면들이다.

이번 인사청문회 대상자 7명 가운데 민 후보자를 비롯해 4명이 위장전입 문제에 걸려 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둘러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장남이 희망하는 고교로 배정받기 위해 6개월 배우자와 장남이 주소를 이전했다"고 고백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부인은 1988년에 2개월간 시골에 불법 주소이전을 했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12, 13대 총선을 앞두고 장인의 지역구에 두 차례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 명백한 주민등록법 위반의 범법 전력을 지고 내각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다.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다. 사전 인사검증에서 위장전입은 결격 사유로 취급도 않고 넘겼을 것이다. 위장전입 추궁을 흠집내기라고 반발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태도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본인들 해명도 일리가 없지 않겠으나 통과의례 같은 청문회가 끝나면 내각과 사법기관은 줄줄이 위장전입 전력자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런 얼룩을 안고 이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가 얼마나 먹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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