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늙어 고생안하려면 '근육저축' 하세요…'보디빌더 의사' 최성진 씨

보디빌딩하는 의사인 최성진 유림연합의원 원장. 그는
보디빌딩하는 의사인 최성진 유림연합의원 원장. 그는 "노년의 건강은 '운동 성적표'나 마찬가지"라면서 "젊은 시절 '근육 저축'을 열심히 하라"고 늘 강조한다.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유림연합의원 원장.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유림연합의원 원장.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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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연합의원 원장.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그는 직업과 불화하는 사람이다. 강철 같은 어깨를 가졌고 몸매는 적어도 미스터코리아 대구 대표쯤은 했을 역삼각형 근육질이다. 그가 핀셋으로 거즈를 집는 모습은 부조화다.

그러나 그는 의사라는 직업의 적임자임에 틀림없다. 의학용어를 구사하며 유장하게 영문 차트를 써내려가고 환자의 몸을 촉진(觸診)하는 모습에서 천상 의사임을 알겠다.

'도심 속 시골 의사' '보디빌더 의사' '헬스트레이너 같은 의사' 유림연합의원 최성진(46) 원장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간단치 않다.

◆역삼각형 근육질 몸매의 의사

우선 그를 스케치하기 위해 직접 진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환부는 무거운 카메라를 장기간 들고다니고, 또 불편한 자세에서 컴퓨터 마우스를 오래 다뤄, 오른쪽 손목이 다소 붓고 통증이 심한 상태.

최 원장은 환자의 증상을 듣고 기록한 후,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꼬부려 나머지 손가락으로 말아 쥐고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젖혀보도록 했다. 근육이 당기면서 약간의 통증이 전해졌다. 최 원장은 다시 환자의 손을 잡고 같은 동작으로 다소 깊숙이 젖혔다. 순간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저절로 '악'하는 비명이 튀어나온다.

그는 차트 정리를 하고 설명한다. "방금 한 것은 핀켈스타인(Finkelstein) 테스트인데 증상으로 봐선 건초염인 드 꿰르벵(de quervain) 증후로 보입니다. 급성일 경우 통증완화 주사를 맞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증상이 많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달리 처치할 것이 없습니다. 치료법은 딱 하나, 운동하세요."

환자는 손목이 아파 찡그리는데 이 무슨 생뚱맞은 처방? "약이라도 좀 먹으면 어떨까요" "약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켜는 주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운동이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최 원장의 주장은 통증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손목 근육을 강화시키면 자연히 통증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 그는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강도를 높여나가도록 주의를 준다.

최 원장이 환자들에게 내리는 대부분 처방은 '운동'이란 약이다. 그가 처방하는 '운동 약'은 나름대로 탄탄한 논리의 약제들로 조제되어진다.

"우리 의원의 경우, 가을 김장철이 지나고 나면 팔, 다리,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김장하면서 무리한 거죠. 환자들 대부분은 평소 운동을 안하다가 갑자기 무, 배추를 나르고 장시간 노동을 하니까 근육을 다친 겁니다. 만일 김장이 도무지 여성들이 감당하지 못할 노동이라면 김장한 모든 여성이 아파서 드러누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진 않거든요. 평소 근육운동을 한 사람은 절대 드러눕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근본 예방과 치료는 꾸준한 운동뿐이라는 거죠."

◆4년 만에 고교 마친 동전치기 선수(?)

최성진 원장은 어떤 행로를 거쳤기에 운동 전도사와 같은 의사가 되었을까?

빈농의 4남1녀 중 셋째인 그는 당초에는 의사가 될 가망이 없어보였다. 대구로 유학 온 고등학교 시절 그는 빈 가방을 들고 학교 다녔다. 종일 선생님의 눈을 피해 동전치기, 소위 '짤짤이'만 했다. 집에 올 때는 매일이다시피 동전을 한 가방씩 짊어지고 왔다. 짤짤이로 딴 돈으로 형한테 '나이키' 운동화까지 사줬다. 나중에는 학교 놀러다니는 것도 지겨워 1년을 아예 집에서 놀았다. 한 해 놀던 어느 날 불현듯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들었다.

4년 만에 고교를 졸업하면서 예비고사 300점(체력장 포함 340점 만점)을 넘게 받았다. 서울대 도전에서 실패하고 대구대 화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마치고는 중견기업 연구소에 취직해서 2년간 근무했다. 봉급쟁이는 체질상 맞지 않아 사표를 던지고 성서 계명대 앞에 헬스클럽을 차렸다. 작달막한 키에 왜소한 체격이 평소 콤플렉스였다. 그가 '람보'를 꿈꾸며 보디빌딩을 시작한 것. 그러면서 계명대 대학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보디빌딩과 인체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의과대학 편입 광고를 봤다. 순간 '이거다'는 생각에 원서를 내고 시험을 쳤다. 시험은 원래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분야. 그렇게 여러 길을 기웃거리다가 의학도의 길로 들어섰다.

학교를 마치고 의사로서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하루도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 하루 두 시간 이상은 바벨을 들고 줄넘기를 한다. 정확한 역삼각형 몸매는 그런 운동에 대한 보상물이다. 2년 전부터 그는 또다시 자전거에 푹 빠졌다. 자전거 출퇴근은 물론이고 휴일이면 100㎞이상 페달을 밟는다. 아침 일찍 달서구 용산동 집을 출발해 창녕을 거쳐 청도로 넘어가 청도 역전에서 추어탕 한 그릇 먹고 대구로 돌아온다.

◆"노후 대비 돈 대신 근육을 저축하라"

-왜 그렇게 운동에 열심인가? 운동중독은 아닌가?

"사람들이 노후를 대비해서 뭘 합니까? 대부분 보험을 넣죠. 노후를 걱정해서 돈은 모을 줄 알지만 정작 필요한 건강은 저축할 줄 모릅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인체는 노화가 시작되면 젊은 시절에 비축한 몸의 근육을 조금씩 빼내 쓰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젊은 시절 부지런히 근육을 비축해두지 않으면 나이 들어 빼내 쓸 근육이 없어지고 그러면 병원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나이 들어서 운동하는 것은 노화를 지연시키는 정도일 뿐, 절대 비축할 수는 없다는 것.

"요즘 노인들 가운데 무릎 연골수술을 하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연골수술 환자를 보면 대부분 여성입니다. 왜 그럴까요? 옛날, 여성의 경우 근력강화운동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다리 골격을 지지하는 근력이 약하다보니 무릎 연골에 충격이 많이 가고 또 빨리 닳는 거죠. 그래서 육체활동을 많이 해서 근력이 비축된 남성보다 여성이 무릎 수술을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곧 근육을 비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늙으면 아픈 것을 당연시 하고, 아프면 병원으로 가겠다는 생각에 돈을 모으는 데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급속히 진행되는 노령화 사회에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사회적 의료비용이 들어가고, 우리 자식들은 병원 뒷바라지에 등골이 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근육 비축'은 사회비용 절감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 운동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것이 의사가 처방하고 운동이 치료제가 되는 이유입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니까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4회 정도 운동을 권하더군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신체는 개개인 모두 다르고 직업에 따라 신체활동량도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개인에 필요한 운동 처방을 해줘야 합니다. 건장한 20대 남성이 한 시간 산책으로 운동이 되겠습니까? 운동은 현재 나를 넘어선 체력의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운동을 강조하면 환자들이 싫어하지 않나? 건물 2층은 세를 내놓은 것 같은데 경영상 어려움이라도…?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무조건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니죠. 다만 저는 인체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래서 환자가 어느 정도 견딜만 하면 의료적 개입을 줄이는 대신 통증 원인제거에 집중한다는 거죠. 물론 제 방식의 치료에 '최 원장은 왜 돈 벌 생각 안 해?'라는 환자도 있고 좋아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병원경영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취미생활도 돈 안 드는 운동만 하니 견딜만 합니다."

◆건강증진기관 역할하는 병원이 꿈

이야기를 나누는 중 젊은 사람이 손가락을 동여매고 들어섰다. 통조림 깡통에 손가락을 베었다는 것. 최 원장은 붕대를 풀어내고 소독한 후 상처 부위를 살펴보더니 "괜찮네. 뭐. 이런 걸 가지고 병원오고 그래요."하면서 붕대 대신 오히려 1회용 밴드 하나 붙여주고 만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이런 걸 고지식하다고 해야하나.

그러나 환자들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털털하게 시골 의사 같이 대하고, 연세 든 분들 주섬주섬 늘어놓는 며느리 험담까지 들어주니, 이웃집 나들이 오듯 하는 눈치다.

-의사로서 사회적 역할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제 몸 너무 챙기는 것 말입니까? 저 그렇다고 생짜배기 괴짜는 아닙니다. 저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도 아니고요. 운동하라고 잔소리하기 위해 자전거동호회나 각종 모임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은 구상 단계입니다만, 흔히 요즘 병원과는 완전히 다른 병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건강'검진'기관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건강'증진'기관을 만드는 것이죠. 그것을 통해서 노인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모범답안을 내보일 생각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의원을 나서는 최 원장은 머리에 헬멧을 쓰고, 쫙 달라붙는 사이클 바지에 스포츠 티셔츠 차림이다. 우람한 뒤태가 완연한 스파이더맨. 아무리 잘 봐줘도 개사료깨나 먹었을 반건달, 아니면 만능스포츠맨이다.

자전거에 오르며 던지는 말 "늙어서 건강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 날의 운동 성적표죠. 운동하세요."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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