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女性의 힘

2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하고 연합국이 승리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성에 대한 태도의 차이였다.

나치가 추구한 여성상은 '금발에 키가 크고 북구적인 용모를 갖춘 근면한 여인, 많은 아이에게 둘러싸인 쾌활한 성격의 가정주부'였다. "여성은 공장, 사무실, 의회 같은 것을 조금도 동경하지 않는다. 아늑한 집, 사랑하는 남편, 행복에 겨워하는 아이들로 북적대는 삶이 바로 이들이 원하는 삶이다."(히틀러) 이 같은 시대착오적 여성 이데올로기에 집착한 결과 나치는 전쟁 말기 심각한 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력의 동원을 주저했다. 군수장관 알베르트 슈페어는 훗날 이렇게 탄식했다. "영국과 미국이 여성 노동력을 위해 마련한 척도들이 독일 내에 구축되었더라면 1941년 중반 500만 명의 여성 인력이 군수산업에 투입됐을 것이고, 히틀러는 300만 명의 군인으로 수많은 사단을 추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영국과 미국은 군수품 생산과 작전, 통신, 병참 등 다방면에 걸쳐 여성을 전투 보조 인력으로 활용했다. 특히 소련은 소총수는 물론 저격수, 탱크병 등 모든 전투 임무도 여성에게 맡겼다. 여성은 가장 위험한 야간 폭격 임무도 수행했다. 조종석 덮개가 없는 복엽기로 구성된 제46 야간 경폭격기 여성 근위연대는 병기계원부터 조종사, 정비병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여성이 운영했다. 이들은 '밤의 마녀'로 불릴 만큼 독일군에게 공포스런 존재였다. 독소전에서 '소련연방영웅'상을 받은 29명의 여성 파일럿 중 23명이 이 연대 소속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1945년 무렵 전선에는 소련 여군 24만6천 명이 있었다.

실제 전쟁뿐만 아니라 미래 경제 전쟁의 승패도 여성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여성이 벌어들인 소득은 10조 달러로 중국(4조4천억 달러)과 인도(1조2천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앞으로 5년간 세계 여성의 소득은 5조 달러 더 늘어날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이머징 마켓으로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곳은 중국'인도가 아닌 여성"이라고 진단했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OECD회원국 중 꼴찌에서 세 번째'라는 우리의 현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 경제 전쟁에서 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