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 스님의 시집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태어난 일'이 출간됐다. 세상을 보는 스님의 따뜻한 시선과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게 묻고 답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번 시집에서 스님은 무애인으로, 숨길 것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분출한다. 그래서 때때로 그 언어는 거칠고 슬프다.
'새싹처럼 뛴다/ 몸부림치다 핀다/ 허공에 들뜬 가슴/ 추억 속에 사라진다/ 금세 가자/ 아파도 금세 가자/ 그림 속 사과라도 볼 수 있어 좋다/ (하략)' -'존재' 중에서-
시 '존재'는 살아있는 자의 슬픔,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야 할 자의 절망, 그 절망과 슬픔 속에 피는 아슴푸레한 기대를 노래하는 듯하다. '허공에 들뜬 가슴' 이나 '금세 가자, 금세 가자' '그림 속 사과라도 볼 수 있어 좋다'는 노래들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도인 스님은 세상에 태어난 일을 가장 슬픈 일로 생각하지만 치열하게 산다. 슬프고 못마땅한 일과 방관은 다른 것이니까. 스님은 또 지척에 있는 죽음을 바라보며, 죽음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한다. 동부산 대학에서 죽음학을 강의하며, 동국대에서 생사문화학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도인 스님의 시에 중견 서예가 류재학이 글씨와 그림을 덧붙여 책 읽는 맛을 더한다. 125쪽, 9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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