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대통령 "선거·행정구역 개편 빨리해야"

"G20 유치 국운상승 계기"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기자 회견을 통해 집권 중반기 국정 운영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목소리와 표정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 G20 정상회의 유치를 통한 새로운 국제질서 주도권 장악, 최근의 국정지지도 상승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G20 외에도 정치 개혁, 경제운용 방향, 친(親)서민 정책, 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도 개진하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

이날 자리는 원래 내년 G20 정상회의 유치 등 방미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기자 회견 명칭도 'G20 정상회의 유치 국민보고를 위한 이명박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이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앴다. 이 대통령은 "오늘 저는 가슴 벅차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고 말했다.또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국운이 활짝 열리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G20 정상회의 유치에 따른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의 위치를 재확인한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며 국운 상승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는 가능하면 저개발 국가들의 대표를 참여시켜 논의의 장을 넓히겠다는 새로운 구상도 내놨다.

◆친서민 정책

이 대통령은 최근 경기회복 조짐을 언급하면서 서민정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일각에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아직은 이르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정책기조가 '친서민 기조'로 바뀐 게 아니냐는 질문에 "처음 취임했을 때 가장 먼저 대기업 단체를 찾아가 투자를 많이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서민 프렌들리와 일치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위기가 올 때도 그렇고, 위기가 끝나면서도 서민의 고통은 계속돼 정부가 집중적인 서민대책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정책의 1순위를 '친서민'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서민친화적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농촌대책과 관련, "올해 풍년이라는데 농민의 수심은 더 깊어진다"면서 쌀 정부수매 확대를 약속한 뒤 쌀국수, 쌀막걸리, 쌀떡, 쌀과자 등을 통한 수요 확대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치 개혁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했던 '정치개혁'에 대한 구상도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행정구역 및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빠른 시간 내에 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고 국민 소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며 정치권에서 논의의 속도를 높여줄 것을 주문했다. 21세기에 맞게 국가의 틀을 정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거 및 행정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발언의 골자다.

선거제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영남-호남으로 갈라진 현 지역구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치발전은 물론이고 국민통합이 어렵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호남에 가면 여당 의원 한 사람도 없다. 구의원도 없다. 시의원 한 사람 없다. 영남에 가면 야당 의원 구의원 시의원 없다." "제도가 이렇게 돼 있는데 국민 소통 아무리 얘기해도 이대로 두면 앞으로 10년, 20년이 돼도 소통이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맥락이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이 대통령은 "1890년대 행정구역이 정해졌다고 한다. 벌써 120년 가까이 됐는데 그때는 완전 농경시대 아니냐"고 반문한 뒤 "모든 균형 발전이 행정구역에 따라 하게 됐는데 지역을 만들어줘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달라진 분위기

감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의 30일 특별기자회견은 사회자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석 비서관들도 이 대통령 옆에 배석하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경숙 한국장학재단이사장,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이지송 토지주택공사 사장 등 민간 전문가들이 대통령의 주변에 앉았다.

회견 장소가 청와대 기자회견장인 '춘추관' 대신 본관 충무실이었던 점도 특이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지어진 춘추관이 다소 권위적인 냄새를 풍긴다는 점 때문에 아담한 분위기의 충무실이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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