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구미의 역발상을 배운다

이맘때면 도심 가로수인 은행나무들이 수난을 겪는다. 실한 열매 때문에 발로 차이고 가지가 찢겨져 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구미는 예외다. "은행열매 마음껏 따가세요"라는 펼침막이 거리 이곳저곳에 걸려 있다. 2008년부터 은행 열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전하게 열매를 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통안전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아무리 규제해도 효과가 없는 단속 업무를 시민들이 즐기는 이벤트로 만든 역발상의 좋은 사례다. 이처럼 최근 들어 내륙공단도시 구미에는 역발상으로 성공한 일들이 많다.

우선 KTX 노선 유치다. 2007년부터 환승하지 않고 곧바로 2시간 내에 서울에 도착하는 KTX가 운행되고 있고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용객이 점차 늘어 월요일 아침, 금요일 저녁, 주말에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철도공사에서도 긍정적인 유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수출도시로서 발빠르게 대처하는 구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KTX 노선 유치로 '속도'를 찾은 것이다.

젊은 도시 구미는 내륙 공단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철강도시인 포항과는 경북도 제1, 2위도시로 여러 면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상생발전의 필요성도 줄곧 제기되어 왔다. 마침 지난 5월 구미와 포항이 손을 맞잡았다. 전반적인 경제교류협력으로 경제자유구역 및 부품소재 전용단지 활성화, 포항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조와 상생전략에 입각, 기업 공동유치 전개 등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포항은 내륙을 얻고 구미는 해양을 얻은 상생과 소통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구미는 '바다'를 찾아 갖게 됐다.

구미공단 조성 40년을 맞은 올해 구미의 새로운 40년을 개척하고 도약하기 위해 얼마 전 대한민국 새마을박람회가 열린 것은 의미가 깊다. 경제위기에 모든 국민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모아 세계로 뻗어 나아가는 힘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열정과 상상을 모아 낙동강 살리기를 선도하는 것이다. 기성 세대에게는 기억과 결단의 장으로, 젊은 세대에겐 참여와 화합의 장으로, 그리고 다른 나라에는 배움과 학습의 장으로 다양한 역할을 했다.

'회색의 공단도시'로만 알려져 있는 구미에서 지난 5월 경북에서는 20년 만에 개최한 전국연극제가 성공리에 열렸다. 20일 동안 모두 18편의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고 연인원 13만6천여명이라는 기록적인 관람객들이 함께했다. 구미는 그동안 산업도시, 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전국 연극제의 성공적 개최가 문화예술도시로 커 가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잠재해 있던 구미 시민의 문화적 욕구가 수면 위로 분출했고,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확인한 이상, 구미 시민들이 열정을 활짝 꽃피워 나갈 것이다. 구미가 '문화'를 찾은 것이다.

구미는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다른 도시들이 주춤하는 사이 미래를 향한 선택을 했다. 구미는 세계 속 명품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비전으로 맞섰다. 구미 제4단지 확장단지 조성, 제5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등 3개의 신성장동력사업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모두 성사됐다.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미래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다. 지자체 최초 공단 3천300만㎡(1천만평) 시대도 열었다.

이처럼 구미의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분야에서 역발상이 일어나야 한다. 창조와 열정이 분출하는 역동의 구미는 내일을 만드는 희망이라는 데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서윤석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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