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스닥터] 운동 향상·상해 방지·보행습관 교정…신발에 달렸다

발건강 지킴이, 기능성 신발 주목

▲발이 편해야 온몸이 편하다. 발은 신체균형을 잡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심장으로부터 온 혈류를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발이 편해야 온몸이 편하다. 발은 신체균형을 잡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심장으로부터 온 혈류를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발이 편해야 몸도 웃는다. 신체의 가장 밑에서 몸을 지탱시켜 주는 발은 태생적으로 피곤한 숙명을 타고났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60세까지 사람이 걷는 거리는 보통 지구의 세바퀴 반인 16만㎞이다. 체중을 고스란히 지탱하고 있지만 뛸 때는 체중의 3, 4배 충격도 버틴다.

이동수단에 그쳤던 발이 최근 걷기와 마라톤 등 웰빙바람을 타고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발 속에 갇혀 무시당해왔던 발 건강이 주목받고 있다.

◆기능성 신발 어떤 걸 신을까

최근 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신발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운동화 한 켤레로 걷고 뛰고 산을 오르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발을 보호하는 역할에 그쳤던 신발은 스포츠 붐이 일면서 경기력 향상과 부상방지 등의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다. 걷기 열풍에 '러닝화'로 불리는 운동화는 마라톤화와 워킹화로 세분화되고 있다. 디자인만 바꾼 것이 아니다. 걷고 뛸 때의 운동역학을 분석해 운동기능 향상은 물론 잘못된 신발착용으로 인한 상해 방지까지 첨가됐다.

뛸 때 발이 지면으로부터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 하지만 발의 아치와 신발의 쿠션, 발의 회내운동(발이 땅에 닿을 때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무너지면서 회전하는 움직임)으로 충격을 완화해 신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달릴 수 있다. 선천적이거나 잘못된 자세가 아니라면 신발이 운동과 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

체육과학연구원 전문체육실 문영진 책임연구원은 "달리기는 한 번 속도가 붙으면 관성에 따라 계속 이어갈 수 있고 이때 체중이 발 앞으로 쏠려 발과 지면각도가 작고 지면에 닿는 시간도 짧다"며 "반면 걷기는 지속적으로 근육을 움직여줘야 하며 체중이 발 중앙으로 쏠리고 발이 지면에 닿는 시간도 길어 운동방법과 근육의 쓰임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원리는 새로운 운동화를 탄생시키고 있다. 흔히 신는 '러닝화'는 발이 받는 충격흡수에 초점이 맞춰졌다. 밑창에 공기를 넣거나 충격흡수재를 삽입해 푹신푹신한 것이 특징이다. 달릴 때 내부에 발생하는 열을 빨리 식혀 줄 수 있도록 냉감 소재를 사용하고 신발 밑창의 넓이도 좁은 편이다. 안정성을 위해 족궁(足弓'발바닥 중앙 안쪽 아치)에 지지대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달릴 때 발목이 돌아가는 동작이 많이 일어나면 발목, 특히 무릎에서 전방십자인대와 연골 등에 상해가 발생하는 만큼 운동제어기능이 있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니아들 중 구입이 늘고 있는 마라톤화는 장거리 경주시에 사용하도록 제작됐다. 스피드가 최대한 나올 수 있도록 최소한의 쿠션과 최소한의 무게로 만들어졌고 대부분 체중이 60㎏ 이하인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쿠션 기능이 간소화돼 초보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등산화는 일반 운동화보다 바닥창이 견고하고 마찰력이 좋은 소재로 만들어지며, 평지보다 거친 등산로의 환경에서 발을 보호하고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능성 신발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마사이워킹'이다. 신발의 바닥솔이 평평하지 않고 둥글게 마무리된 것이 특징인데 평소 쓰지 않는 미세한 근육까지 골고루 사용하고 피로 회복과 자세교정, 관절 보호, 근육강화, 혈액순환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발 가운데 둥근 부분을 깎고 뒤꿈치를 없앤 전문워킹화도 시장에 나왔다. 삼덕스타필드 김종철 과장은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 체중을 분산시키고 발목의 굴림작용으로 반듯하고 바른 자세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도록 제작됐다"고 말했다.

워킹 마니아를 겨냥한 프로스펙스의 'W'는 평평한 바닥이지만 무게중심 이동이 쉽고 동양인의 발과 워킹동작에 맞춰 세분화해 근력이 약한 현대인들이 올바른 스포츠워킹 동작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도록 제작됐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이다.

워킹화의 경우 바닥 모양은 다르지만 뒤꿈치 착지→발바닥 중앙→앞꿈치로 체중을 이동하는 삼박자 보행을 유도하는 원리는 비슷하다.

◆발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운동역학을 따져 갖가지 기능을 강화한 신발들이 주목한 것은 결국 보행습관 교정과 발 건강이다. 발바닥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고르지 못한 표면을 수용하기 위해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발에는 26개의 뼈가 있고 100개 이상의 인대와 19개의 근육이 있다. 이 밖에도 나머지 몸 부분과 연결되는 12개의 다리 근육이 있다.

발은 또 혈액순환에도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심장에서 발끝까지 내려온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퍼올리는 펌프 역할을 해 '제2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발끝까지 내려온 혈액이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갈 때 혈액 순환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면 노폐물이 축적되기 쉽고 심장에 큰 부담을 주게 돼 몸에 무리가 간다. 발에 이상이 생기면 여러 질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상원한의원 한상원 원장은 "인체의 12개 경락(기혈이 운행하는 길) 중 6개가 발로 갈 만큼 발은 몸 전체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며 "발이 피곤하면 몸의 피로로 연결되고, 이상이 생기면 여러 질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인체에서 유일하게 지면과 접촉하는 기관이다 보니 이상이 생기면 통증은 물론 걸음걸이가 틀어져 자세가 변하고 무릎과 고관절, 허리 등에도 무리를 준다. 지면과 마찰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불러올 수 있다.

MS재건병원 유선오 원장은 "발에 생기는 질환은 무척 많고 다양한데, 많은 사람들이 발에 무관심해 통증이 있어도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발에 나쁜 습관이나 질병 등을 미리 치료하면 완쾌가 쉽지만 방치할 경우 상태가 악화돼 수술을 해야 하거나 치료기간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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