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노인의 달'에 짚어본 경로효친

정부에서 10월을 '경로의 달'로 정하고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기념하는 것은 후세에게 경로효친사상을 앙양하고 전통문화와 사회, 국가를 유지'발전시켜 온 노인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자는 취지다. 노소(老少) 구별 없이 더불어 잘 살아가는 평등사회와 복지사회를 이룩하고자 법정기념일로 정해 기리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노인의 날'과 '경로의 달'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불행하게도 경로효친사상은 갈수록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노부모의 존재가치를 재산 유무로 판단하는 극단의 이기주의자들이 많은 우리 사회를 생각할 때 서글프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을 받아왔다. 하지만 근대화 이후 단지 나이가 많고 실세(實勢)가 없다는 이유로 노인을 홀대하는 풍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급기야 요즘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돈 없는 노부모는 옳은 부모 대우도 받지 못할 정도다. 노부모 또는 노인의 존재가치가 추락하고 만 것이다. 동시에 자식 위해 평생을 헌신한 부모의 은혜를 망각하고, 심지어 불효자가 되고마는 일부 자식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OECD 조사(2006년 기준)에서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45%나 된다. 이는 OECD 30개국의 평균 13%보다 3.5배나 높다. 더구나 자살 증가율은 1위, 자살률은 4위로 나타났다. 지금도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경로효친사상이 왜 존중되어야 하고, 왜 노인을 존중해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 첫째, 경로효친사상은 인간 존중사상의 근간(根幹)이다. 둘째로 인간사회 위계질서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후세들을 낳아 기르고, 민족문화를 창조 계승해 가정은 물론 국가와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공헌을 해 왔기 때문이다. 넷째로는 경로효친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세계에 모범을 보인 전통적 윤리관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노인과 우리의 부모는 우리 가정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그리고 여섯째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정신적 지주 즉 구심점 역할이 되기 때문이다. 일곱째, 인간평등사상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덟째, 자식들에게 부모 공경사상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경로효친사상을 존중하고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예절은 물론 인간다운 교양인(敎養人)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후 생활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경로효친사상은 곧 우리 인간 가치의 기본 척도이자 인간 사회의 질서 유지와 발전의 근간이기에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이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원동력이 되므로 사회'국가적 차원의 경로효친사상의 앙양 및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시급한 과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평균수명은 늘어만 가고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많은 노인들이 '4고' 즉 병고와 생활고, 고독고, 사무고(事無苦)로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노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노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가족의 관심은 물론, 정부'언론의 적극적인 홍보로 경로효친사상이 존중되고 실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노인을 우리 사회와 국가의 생산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김서규 전 대구 중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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