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내실 있는 성장 위해 투자.고용 대책 세워야

우리 경제가 침체의 긴 터널 끝에 와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상품수지 흑자액은 266억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또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한 해 상품수지 흑자액은 일본을 너끈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분기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치를 크게 넘는 2%(전분기 대비)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라면 연간 성장률은 0%대라는 깜짝 실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민관 연구기관들이 한결같이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회복 속도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과 달리 그 속은 부실하기만 하다. 고용과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속 빈 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9월 중 취업자는 7만1천 명 늘었다. 고용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희망근로 등 공공 부문 일자리를 빼면 민간 부문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성장을 뒷받침해야 할 민간 투자의 부진도 여전하다. 올 상반기 중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8.8%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저치였다. 이 같은 추세는 3'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 같은 사실은 결국 우리 경제의 깜짝 실적이 정부의 재정 투입에 의한 '관제(官製) 성장'임을 뜻한다. 정부의 재정 투입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회복세는 재정 투입의 약발이 사라지는 즉시 탄력을 잃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의 작은 변동에도 우리 경제는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하강)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고용과 투자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희망근로, 청년인턴 등 재정 투입에 의한 고용대책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고용 안정 대책 마련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경기 요인에 의한 실업은 구조적 문제이지만 앞으로 경기 민감성이 최소화된 고용시장 형성을 위한 정책 대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부진도 마찬가지다. 투자하지 않는다고 기업을 나무라고만 있을 게 아니다. 지난 7월 투자 확대 종합대책에도 투자가 만족스럽지 못한 까닭을 잘 살펴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과 투자 없는 껍데기 성장으로는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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