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바보들은 다 죽어버려라

카를르 아데롤드 글/열림원 펴냄

■바보들은 다 죽어버려라/카를르 아데롤드 글/열림원 펴냄

영화 '폴링 다운'에서 마이클 더글라스는 아내와 아이에게 버림받고, 회사에서마저 해고당한 회사원이다. 그런 그를 대도시의 찐득한 여름이, 교통 체증이, 메뉴판 사진과 전혀 다른 볼품없는 햄버거가 열 받게 만든다. 우연히 총을 손에 넣게 된 그는 자신을 버린 사회를 향해 마침내 총부리를 겨누고 일탈을 감행한다.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살인의 동기가 될 수 있을까. 책 '바보들은 다 죽어버려라'의 주인공이 딱 그런 인물이다. 가진 것 없는 삼십대 남자. 홧김에 이웃집 고양이를 창 밖으로 던져 버린 일을 계기로, 자신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바로 주변의 짜증나는 인간들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내)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면 이것들을 다 없애버려야 해'. 정치적 정당성까지 획득한 그는 킬러로 나선다. 집안 공사에 미친 자, 뒷담화의 일인자 수위 아줌마, 난폭 운전자, 버릇없는 아이, 악덕 상사, 소음 공해 이웃들, 말 안 통하는 공무원, 믿을 수 없는 동료, 그리고 아내까지 무려 140명이 그의 손에 죽어나간다. 권총을 쏘고, 목을 조이고, 익사시키고, 창 밖으로 밀어 떨어트린다.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개인들을 향한 프랑스식 블랙 유머가 돋보인다. 480쪽, 1만3천500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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