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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구시는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

대구시가 내년 1월부터 대중교통 요금을 크게 올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 요금을 현행 950원(교통카드 기준)에서 1천100원으로 15% 인상하고 시내버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지하철 적자와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부담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인상 시기와 폭이 적절한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지하철의 적자와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하철은 지난해 적자액이 725억 원에 이르렀고 시내버스 경우 재정보조금이 올해 780억 원, 내년 89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환승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동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은 대구시의 정책 실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지하철은 건설비와 시설 유지비, 승객 수 등 제반 여건에 미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시내버스 경우는 좀 다르다.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버스업계 구조조정 및 경영 합리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재정보조금만 지원해 왔기 때문에 대구시의 재정 부담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다가 불과 일주일 전에 준공영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계획을 내놓은 것을 볼 때 요금 인상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심까지 드는 것이다.

대구시는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정책적 실패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난 뒤에 요금을 올려도 늦지 않다. 대구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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