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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비운의 복서 김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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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병원. 뇌사상태에 빠진 한국인 복서에게서 산소마스크가 조용히 떼내졌다. 그것으로 강원도 횡성에서 가난한 5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갖은 고생 끝에 복서가 됐고, 링에서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내려 했던 한 젊은이의 꿈도 사라졌다.

죽기 나흘 전인 11월 14일 김득구는 WBC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챔피언 레이 맨시니와 맞붙었다. 도전자의 초반 KO패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듯 김득구는 맨시니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챔피언 벨트가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운명의 14회. 맨시니의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김득구의 턱에 꽂혔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운된 김득구는 힘겹게 일어났으나 다시 쓰러졌다. "링 위에서 죽겠다"고 한 각오가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심장과 신장을 기증한 후 관에 실려 돌아왔다.

그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아들의 산소마스크 제거를 허락해야 했던 어머니는 3개월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맨시니도 2년 후 복서로서는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김득구의 불꽃 같은 삶은 그 후 '챔피언'(2002년)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의 누선(淚腺)을 자극하기도 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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