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경상북도교육청과 함께 실시한 제22회 매일한글백일장 공모전에는 모두 1천924점의 수준높은 작품들이 응모해 모두 89편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운문과 산문으로 나눠 실시된 이번 백일장에서는 신설된 초등부를 비롯해, 중등부와 고등부 및 일반부에서 실력을 겨뤄 전체 대상(1명)과 각 부문별 장원(1명), 차상(1명), 차하(2명), 장려상(3명)이 선정됐습니다.
밤손님
김근영(김천초 4학년)
나는 늘 혼자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 아빠는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동물 친구들을 많이 키운다. 동물 중에서도 강아지 비둘기를 주로 키운다. 우리 엄마는 동물을 굉장히 싫어하시지만 혼자 집에 있는 날이 많은 나를 위해 참아 주신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있지만 집에 오면 강아지가 내 친구이다. 그래서 강아지와 난 늘 함께 붙어 다닌다.
내게는 잊지 못하는 강아지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성주 할머니 집에서 가져온 검은색 강아지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라고 이름을 지어 불렀다. 사실 처음에는 마음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아지가 인상을 팍 쓰고 있는 게 왠지 정이 가지 않았다. 또 내가 가까이 가도 꼬리도 흔들지 않았고 별로 반가워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에게 마음이는 가져가기 싫다고 말씀 드렸더니, 눈이 보이지 않아 그렇다고 했다. 나는 그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마음이를 안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잘 보살피며 돌봐 주었다. 학교에 가는 시간과 자는 시간 외에는 나는 늘 마음이와 함께 지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학원에 가기 때문에 친구라곤 마음이와 엄마가 얻어다준 책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마음이를 보러 갔다. 그런데 마음이가 보이지 않아,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어디에도 마음이는 없었다. 나는 마음이가 걱정되어 저녁밥도 안 먹고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다. 밤늦게 엄마 아빠가 돌아오셨지만 너무 피곤해서인지 내일 아침에 찾아보자고만 하셨다.
나는 밤새 잠도 못 자고 마음이 생각에 뒤척이다 잠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마음이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가도 공부도 안 되고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다 선생님께 혼이 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우리 동네에 또 개 한 마리가 없어졌다. 어른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개장수가 아무도 없는 집을 골라 손님으로 위장해 마치 그 집을 찾는 손님처럼 "계세요? 아무도 안 계십니까?" 이렇게 몇 번 불러본 다음 집안에서 아무 기척이 없으면 개를 잡아 간다는 거였다. 다른 개들 같으면 낯선 사람이라 짖기도 하고 발버둥이라도 쳐 보겠지만, 우리 마음이는 눈이 보이지 않아 손님으로 위장한 개장수가 내미는 고깃덩어리 냄새에 이끌려 스스로 감옥에 갇혀 어디론가 팔려 갔을 것 같다.
조금만 더 우리랑 함께 살았으면…. 9월 20일이 마음이 생일이다. 마음이 생일을 위해 내가 준비하고 계획한 것들이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나는 지금도 마음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더 잘 보살펴주지 못해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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