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MOMA(The Museum Of Modern Art) 탐방기
뉴욕에 온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못 가본 곳이 훨씬 많다. 계획했던 곳을 두 번씩 가보고자 했던 처음의 다짐과는 달리, 뉴욕에서 '관광객'이 아닌 '거주자'가 되어가고 인턴이라는 일상에 묶이다 보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어딘가 방문하거나 구경한다는 것이 초심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뉴욕에 오기 전부터 MOMA(The Museum Of Modern Art)는 꼭 가보고 싶었다. 모마는 뉴욕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는 곳이기도 했다.
10월의 어느 날, 오후 시간을 통째로 비웠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다소 한산한 거리를 지나 53가에 있는 모마 건물로 들어가려는 순간 한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는 사람 얼굴사진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네 얼굴사진 한 장을 찍어도 될까?" 기꺼이 수락하고 적당히 포즈를 잡고 사진기 앞에 섰다. 아마 세계의 특이한 사람 얼굴의 모음인가 보다. 미술관 앞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만나니, 더욱 기분이 묘했다.
국제학생증의 기한 만료로 학생 할인을 받지 못하고 20달러의 다소 비싼 입장료를 지불했다. 그동안 불법복제 MP3와 영화를 즐기던 나도 한번쯤은 예술을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여느 박물관,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큰 가방을 들고서 출입할 수 없었기에, 카메라 가방과 코트를 맡기고 박물관에 들어섰다.
모마는 현대미술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의 전시품들이 현대미술품이다. 폴락, 앤디 워홀, 피카소와 같은 비교적 유명한 작가들 이 외에도 처음 들어 보는 작가들이 수두룩했다. 난 그림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작가와 장르, 작사자, 가수를 따지지 않는 편이다. 그냥 내가 좋으면 좋은 그림이고,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MOMA 투어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휴대폰, 아이팟 터치, 노트북 등으로 별도의 기기 대여 없이 작품설명을 오디오로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객 편의 측면에서 한국에 비해 아주 발달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있던 아이팟 터치를 통해 작품에 대한 오디오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글로 된 오디오 파일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가장 위층인 6층부터 찬찬히 보면서 내려갔다. 이미 영국 박물관(The British museum)과 프랑스 오르쉐 미술관 등 유럽의 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지만 유명한 실제 작품들을 눈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책으로만 보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이것은 마치 요리책 속의 요리와 실제로 냄새를 맡으며 직접 요리를 보는 것과의 차이와 비슷하달까?
미술관에서 가장 눈여겨본 것들은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던 앤디 워홀과 피카소의 작품들이었다. 특히나 피카소의 작품들은, 지난번 일본 하코네에 위치한 피카소 미술관에 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퍼즐 한 조각을 이곳에서 찾은 느낌이었다.
반면 다소 실망스러웠던 전시관은 2009년 현대 사진전이었다. 사진을 즐겨 찍고 관심이 많아 무척이나 고대하던 전시관이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최첨단, 실험적인 작품들이어서일까.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사진들은 나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모마의 놀라운 점은 단지 예술을 생활 용품에 접목시킨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의자, 서랍장, 조명 등 실용적인 작품들은 독특하면서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감수성이 배어 있다. 실용성과 예술의 묘한 접점을 만날 수 있다.
모마를 나오면서 이곳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이렇게 멋지고 대단한 작품을 보면서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나는 과연 내 아이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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