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혁신도시의 운명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세종시 수정 문제와 혁신도시 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역민들이 함께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최근 정'관계, 경제계는 물론이고 중앙과 지방, 언론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세종시 불똥이 혁신도시에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새롭게 단장하고 바뀌는 행태가 낳은 결과물이려니 하고 치부하면 그만인가? 그래서 임기인 5년을 넘는 장기적인 사업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인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책'이다. 정부가 입안하고, 계획을 수립해 국민들의 환영 속에 추진하는 우리 국민의 것이다. 그럼 한번 결정한 것은 꼭 그대로 시행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다.

세종시의 경우를 놓고 생각해 보자. 어떤 계획이든지 계획은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당연히 수정을 해야 한다. 상황과 여건이 바뀌어도 다르게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또는 백지화한다거나, 국민 또는 지역민의 충격이 너무나 크게 나타나는 정도로 바꾸는 것은 문제다. 그럴 경우에는 충분한 검토와 아울러 충격의 완화를 고려했어야 했다. 우리가 타는 차의 범퍼는 보기에 좋으라고만 설치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충돌시에 충격을 완화하여 또 다른 부분의 파손과 충격을 완화시킴으로써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충격완화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시간이다. 급하다고 서둘다가는 오히려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허둥대다가 시간을 더 끌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경험하고 있다. 이렇듯 수정의 방법론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 세종시 사업과 혁신도시 사업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보자. 세종시는 한 지역의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혁신도시는 한 지역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곳에 분포되어 있다. 또 세종시의 핵심은 중앙정부 부처의 이전이다. 그러나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의 이전이다. 이전 대상인 공공기관은 국무회의나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결심을 받아야 하는, 또는 시급성을 띠는 업무가 그리 흔치 않다. 또한 국회와도 항시 긴밀한 업무의 관련성도 중앙 부처보다는 훨씬 약하다. 그리고 혁신도시는 어떻게 보면 비판적인 분배론의 입장에서 수도권의 기능을 분산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서 본다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고 우리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지역의 광역권화와 조화가 되는 사업이다. 우리의 지역발전 기조는 기초생활권과 광역권, 그리고 초광역권으로 근간을 삼아 지역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나가자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창의적인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거점도시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혁신도시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고, 추진되어야 한다. 때마침 이달 2일 경북도청에서 지역발전위원회가 초광역권사업계획을 발표한 자리와 낙동강살리기 기공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때문에 혁신도시사업이 방해받지도 않을 것이고,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했다. "계획하고 있는 혁신도시 등에 대해 정부는 신속하게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의심이 너무 많은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추진하니 지역에서도 신념을 가져달라"고도 했다. 오히려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의심이 있어 세종시처럼 또 유감을 표하고 바꾸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도 없다. 5년의 임기인 현 제도에서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4년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여느 공무원과는 또 다른 철학과 사명을 가지게 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는 단임제가 좋은 것'이라는 말을 피력했다고 한다. 소신을 갖고 차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어찌 나라가 잘 못되는 것을 할 수 있겠는가?

혹시 이름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계획의 명칭이 껄끄럽고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과 조화롭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바꾸면 된다. 어찌 하든지 당초의 계획대로 기관을 이전하고 콘텐츠를 채워 나가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우리 대경권은 창의적이면서 광역권에 파급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는 명품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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