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미솔로지카(그레그 베일리 외 지음/ 박인용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

800여장 희귀 도판, 신화의 본모습 생생

▲15세기 필사본
▲15세기 필사본 '트리스탄 이야기'에 수록된 '왕비 이졸데를 납치하는 트리스탄'

신화는 특별한 종류의 이야기다. 그러나 사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거짓말이라는 말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신화는 우리가 깨어 있을 때 마주치는 보통의 현실이 아닌 세계, 즉 마법의 세계, 신들이 득실대는 나라, 땅이 살아 움직이고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는 세계이다. 신화는 시계의 시간이 시작되기 전의 세계, 시계의 시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다. 신화는 동화처럼 '옛날 옛적에'라고 시작하지만, 동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많다.

신화는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 우리가 부대끼는 일상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신화란 그것이 만들어진 문화를 집대성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저 혼자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면, 우리 삶은 신화와 크거나 작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신화와 관련을 맺고 있다. 신화는 진짜가 아니지만, 거짓말이 아닌, 시계의 시간과 동떨어진 시간 속에 있지만, 현재적 시점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산과 강을 만든 신의 이야기는 곧, 산과 강의 모양을 설명하는 말이며, 질병에 관한 신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이 겪는 질병에 관한 이야기다. 옛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겪어야 하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에 '신화적인 이야기'로 전했다. 그러니까 신화는 '과학적 진실'이 아니라 '상상의 진실' '옛사람의 눈으로 본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들이 산과 강을 그런 모양으로 만든 게 아니라, 산과 강이 그런 모양을 띠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들의 힘'을 통해 설명했던 것이다.

이 책 '미솔로지카'는 전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대륙별로 총망라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각 대륙에서 전해지는 신화를 총망라한다. 더불어 신화의 의미와 역할까지 설명하고 있다. 책은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 개인 소장품까지 망라해 800여장의 희귀 도판을 담고 있다. 제작 기간이 6년이라고 한다. 신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상세한 그림, 조각, 공예품, 일러스트 등 희귀 사진 자료를 거의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옛 사람들이 신화를 전달하는 수단은 언어뿐만이 아니었다. 신성한 그림이나 돌에 새긴 조각, 특별한 춤이나 음악, 장식품, 그리고 제례의식 등을 통해서도 신화는 전달됐다. 이 책에 실린 도판 자료들은 신화의 생생한 모습뿐만 아니라 신화가 가진 다양한 표현 요소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 2권 세트/14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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