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 고지에 오를 것이란 증권사들의 낙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을 사거나, 국내 주식형펀드에 이제 들어갈 때가 됐다는 유혹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갸우뚱하고 있다. 전망이 맞았던 때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2,000 간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일찌감치 지난달 3일,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내년 증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에 이어 토러스투자증권이 지수 2,100선을 내년 전망치 상단으로 내놨고, IBK투자증권은 2,070, 키움증권은 2,000, 유진투자증권은 2,020을 제시하면서 지수 2,000시대 재개론에 힘을 실었다.
해외증권사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와 UBS가 지수 2,000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2일 발표한 '내년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적정 코스피지수를 지금까지 나온 수치 중 가장 높은 2,300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강력한 실적 개선세와 해외 자금 유입에 따른 예상 외의 풍부한 유동성 등 일정 조건이 갖춰진다면 2,8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다.
UBS도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등에서 한국의 주요기업이 글로벌 경쟁사와 격차를 벌려 나감에 따라 내년 연말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2,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가상승, 어떤 근거가?
코스피지수가 2,000을 다시 찍는다고 내다본 증권사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국내 기업이익의 증가세를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봤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중국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뿐 아니라 미국 경기도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출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된다는 것.
수급 측면에선 내년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힘입어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이들 중권사는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라 약 90억달러의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올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증권사들은 꼽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전후한 시기부터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강세가 심화되고,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 집중현상이 확대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내년에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관리공단, 군인공제회 등을 포함한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예측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증권사 예측 믿어도 되나?
올해 지수 상단을 제대로 맞춘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저점 대비 현 고점 기준으로 73.68% 급등했는데도 주식 투자를 해서 재미를 봤다는 투자자가 드문 이유다.
22개 주요 증권사는 지난해 11∼12월 2009년 코스피지수 저점과 고점으로 평균 872와 1,448을 제시했다.
연중 장중 저점(3월 3일 992.69)과 평균 전망치와의 오차는 12.09%에 그쳤지만, 고점(9월 23일 1723.17)과의 평균 전망치와의 오차는 15.96%에 이르렀다. 지수 상단의 경우, 평균 예상 고점과 실제 고점과의 차이는 300포인트에 달했다.
고점을 1,300으로 업계 전체에서 가장 낮게 봤던 SK증권은 전망치가 실제 고점에서 423포인트나 빗나가 오차가 24.55%에 달했다.
메리츠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고점으로 1,320을 예상해 역시 실제 고점을 400포인트 넘게 밑돌았다.
우리투자증권이 1,338, 푸르덴셜투자증권이 1,354, HMC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이 1,400, 하이투자증권이 1,415, 한국투자증권이 1,430을 각각 제시해 지수 상단 전망이 평균보다 빗나갔다.
금융위기에 따른 공포심에 휩싸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예측 못한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경험때문에 지수 상단 전망치가 빗나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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