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명 베이커리'는 우연한 계기로 서로 불륜을 벌이는 두 쌍 부부간의 해프닝을 그린 가벼운 코미디. 특이한 소재 속에 일상사를 적절히 첨가시켜 자잘한 재미까지 주는 영화다. 영화마다 잔뜩 힘만 주고 나오는 최민수가 모처럼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나온 드문 영화다.
안락한 보금자리에 행복하게 살아가는 빵집 주인 주노명(최민수).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아내 한정희(황신혜)는 한숨만 쉬고 있다. 미소를 잃어버린 아내를 위해 노명은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노명. 이유를 알고봤더니 빵집에 찾아온 초라한 행색의 한 남자 때문이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삼류 소설가인 박무석(여균동). 다행스러운 마음 한구석에는 질투심이 슬그머니 밀려든다. 아내가 외출할 때마다 펼쳐지는 엉뚱한 상상들. 불륜이 의심스러워 아내의 뒤를 쫓기도 하지만 행여 환하게 웃는 아내의 미소를 다시 잃게 될까봐 두려워 다시 돌아오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무석의 발길이 끊어진다. 아내는 웃음을 잃고 다시 한숨만 내쉰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무석의 아내 해숙(이미연)이 남편에게 금족령을 내렸기 때문. 억척스런 보험설계사인 해숙은 먹지도 않는 빵을 매일 사오는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쓰레기통에 버려진 상한 빵을 남편에게 강제로 먹일 정도로 화가 난 끝에 남편을 집안에 가둬버린 것. 오지랖도 넓은 노명은 해숙을 설득하려고 찾아간다. 차갑기만한 해숙의 마음을 녹여서 다시 그녀의 남편이 빵집에 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다시 빵을 굽기 시작하는 노명. 정성을 다해 만든 빵 덕분에 얼음장처럼 차갑던 해숙의 마음도 서서히 풀린다. 사랑과 혼신을 다해 만든 '주노명 베이커리'표 빵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기 시작하고, 뜻밖에 노명과 해숙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기 시작하는데.
요즘 한국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스와핑에 대한 순화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부 교환이라는 게 어찌 보면 비도덕적인 소재로 보이지만 이를 과감하지만 유쾌하게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주노명 베이커리'는 가족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고 찜찜하기도 하지만. 2000년작, 방송 길이 108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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