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야 3당 의원들이 정부안에 대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관련 법안 및 예산 통과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의 대결 여부를 떠나 제도 자체만 뜯어보면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없고 상환율이 너무 가혹하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고 어설프게 보인다.
먼저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거의 없애버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대학에 입학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연 450만 원, 차상위계층은 연 105만 원의 무상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정부안대로 하면 무상 장학금은 없어지고 대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연 200만 원의 생활비가 지급된다. 대출금의 이자 지원도 없어진다. 이들이 등록금 전액을 빌릴 경우 재학 중에 이자를 상환해야 하고, 사회생활 시작 때에도 큰 빚을 안고 갈 수밖에 없어 가난의 고리를 끊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빈민층에 돌아갈 돈을 중산층에 지원하는 꼴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높은 이자율과 복리를 적용하는 점도 문제라고 한다. 6% 안팎의 금리를 물어야 하고, 상환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복리로 적용하다 보니 대출자의 부담이 아주 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금리보다 싸다고는 하지만 다른 정책 금리가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볼 때 이자가 높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시뮬레이션에서도 대출자의 초임 연봉을 1천900만 원(임금 인상률 5%)으로 가정했을 때 등록 금액(4년 3천200만 원 기준)의 상환이 완료되는 시점은 25년 후이며 납부 금액만 총 9천705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부안이 등록금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아니라 평생 빚쟁이로 살게 만드는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좋은 취지를 갖고 내놓은 제도인데도 비판만 받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제도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저소득층에 대한 수혜 폭을 크게 늘리고 '이자율'과 '상환 조건'을 완화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시민단체와 대학 총학생회에서 주장하는 '등록금 상한제'의 도입까지 검토해야 한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구제하자는 목적이라면 전향적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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