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탈리아 베로나 원형극장

▲류진교
▲류진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오페라 무대를 얘기하라면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런던의 코벤트 가든, 파리의 바스티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등을 말할 수 있다. 성악인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며 아름답고 호화로운 장식과 세계 최고의 음악적 수준을 자랑하는 곳들이다. 하지만 매년 6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야외 오페라를 여는 이탈리아 베로나 원형극장(Arena di Verona)의 감동은 전혀 색다르다.

로마의 콜로세움보다도 약 40년 정도 빠른 서기 30년에 건설된 거대한 원형경기장에 약 14m 높이의 무대와 조명시설, 180여명 규모의 합창단, 그리고 150여명에 달하는 연기자, 무용수 등 출연진 규모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이탈리아의 지중해성 기후 때문에 맑던 하늘이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폭우가 내리고, 또 잠시 후면 구름 한점 없이 맑아진다는 점이다. 한번 공연 때마다 1만6천명을 수용하고 매해 평균 50만명의 관객이 다녀가면서도 폭우 때문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 곳이다. 관람석에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과 함께 망원경을 통해 성악가들의 표정과 연기를 보면서 마치 꿈의 나라에 와 있는 듯 나른한 행복감을 만끽하게 된다. 어두운 밤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선율, 성악가들의 힘차고도 맑은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일상의 근심 걱정은 어느 사이 자취를 감추고 만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 베로나. 그 도시의 경제적인 부를 지탱해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또한 베로나 야외 오페라이다. 오페라를 감상하고 난 관객들은 광장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그날의 오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도시에서 숙박을 하며 베로나에 부를 더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국제 오페라 축제가 열리고 있는 대구에서는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발전과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좀 더 계획적이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특성화를 높여야 한다. 대구오페라축제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대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구에서 이러한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고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으나 더 나아가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오페라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 떨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더 발전시켜 우리 후대들에게 길이 남겨줄 수 있는 훌륭한 문화 유산이 되기를, 문화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대신대 교회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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