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참사를 당한 경주시 황성동 유림마을 노인 30명은 수일 전부터 계획된 나들이로 들떠 있었다. 일부는 과일과 떡을 준비해 나선 여행길이었다. 영천의 건강식품회사 농장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1인당 1만원씩 내고 온천과 식당 등을 둘러오는 일정이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황성공원 앞에서 만나 출발한 일행이 먼저 도착한 곳은 울산시 울주군 범서면 모 온천장. 온천관광에 나선 노인들은 온천욕을 즐긴 뒤 3시간가량 이곳에서 머물다 언양의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언양에서 곧바로 영천 청통으로 간 버스는 건강식품회사 농장을 방문한 뒤 영천에서 칼국수로 이른 저녁을 먹고 오후 5시를 조금 넘겨 경주 유림마을로 출발했다. 사고가 나기 40분 전이었다.
버스는 오후 5시 40분쯤 경주 현곡 남사리 925번 지방도(편도 1차선)에서 남사재를 넘어 거의 산아래에 도착할 즈음 한 차례 휘청거렸다. 유림마을을 불과 5㎞가량 남겨둔 지점이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노인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비명을 질렀고 일부 승객들은 앞좌석과 시트를 꽉 잡았다. 그와 동시에 '쾅'하는 굉음과 함께 버스는 가드레일을 박고 달리던 길에서 30여m 아래 계곡으로 곤두박질쳤다.
계곡으로 날아간 버스 윗부분 절반 가량이 찌그러지면서 아래로 내려앉고, 앞뒤 범퍼와 출입문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언덕을 굴러 추락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나무 수그루가 뿌리째 뽑혔다. 사고 당시 버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주소방서 용흥소방파출소 김성진(38)소방사는 "버스에서 튕겨져 나와 온몸이 피범벅이 된 노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신음소리만 겨우 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버스 주변에는 옷가지와 손가방 등 승객들의 소지품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버스 좌석마저 버스 밖으로 튕겨져 나왔고 깨진 유리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사고 당시 참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주소방서는 사고발생 20여분 만인 오후 6시쯤 현장에 도착해 승객 구조에 나섰으며, 이어 영천소방서, 포항소방서, 의용소방대원 등 구조요원 300여명과 구급차 25대, 펌프차 등 30여대의 현장에 동원돼 본격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구조작업은 사고 2시간여 만인 8시쯤 완료됐으며 사망자와 중상자들은 인근 경주 동국대병원과 동산병원, 한마음병원 등 경주시내 5곳의 병원에 분산 이송됐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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