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의 아프가니스탄 소년 모하메드 자와드는 시장에 가다가 미군에게 붙잡혔다. 수류탄을 던져 미군 병사 2명과 아프간 통역 요원 등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였다.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 때문에 혐의를 인정한 소년은 지구 반대편의 감옥에 갇혔다. 출생증명서가 없어 어린이임을 입증하지 못한 소년은 골격 검사 결과 17세로 추정된다는 미군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유죄로 처리됐다. 손을 뒤로 묶인 채 개처럼 음식을 먹고, 코에 후춧가루가 뿌려지고, 24시간 잠이 들 수 없는 날들을 7년이나 보낸 소년은 성장이 멈춰 버렸다. 지난 10월 가족의 품에 돌아갔지만 그는 아직 자신이 12세인 줄 안다.'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감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프가니스탄 청년의 이야기다. 쿠바 동부 도시 관타나모는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발을 디딘 뒤 100년이 넘게 돌려주지 않고 있는 점령지다. 1903년 미국의 해군 기지가 들어선 이후 1962년 미사일 사건 등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끌어왔다. 2001년 9'11 사건 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체포한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 비인간적인 고문을 자행한다는 이유로 악명을 얻었고 세계 인권 단체들의 공격 표적이 돼 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변호사 접견도 하지 못한 채 수년간 갇혀 있는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로 옮겨 재판받게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취임 직후 첫 조치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던 공약 이행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감된 테러 용의자들을 옮길 장소로 미국 내 일리노이주 톰슨 교도소를 매입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210여 명의 테러 용의자 중 유럽연합이 수용 의사를 밝힌 60명을 제외한 100여 명이 톰슨 교도소로 이송될 전망이다. 이대로 진행되면 '국제법의 블랙홀'로 불리던 최악의 관타나모 수용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이슬람 테러 용의자들이 수용소 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 읽은 책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와 돈키호테에 이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미국을 최악의 인권 국가 명단에서 어떻게든 빼내 보려는 오바마의 시도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재경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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