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래퍼 MC스나이퍼(본명 김정유'31)가 2년 7개월만에 정규 앨범 '뮤지엄'(Museum)을 내고 컴백했다.
그간 MC스나이퍼는 자신의 회사 '스나이퍼 사운드'를 운영하며 아웃사이더, 배치기 등 후배들을 키워내고 이승환 프로젝트 앨범 '환타스틱 프렌즈'에 참여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또 개그 뮤지컬 '우리는 개그맨이다'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수많은 활동을 펼쳤지만 정작 자신의 앨범은 내지 않았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느냐고 물었더니 "언제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들고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그다.
"요즘은 한두달만 안 나와도 대중들에게 잊혀진다는데 전 생각이 달라요. 창작자들이 음반에 쏟은 시간이 음악 팬들에게도 느껴질 것이라 믿습니다. 단기간에 자주 음반을 내는 것보다 MC스나이퍼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 드려야 할 때 음반을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이해하려면 제 앨범을 들으면 되는 거죠. 사실 작년 11월에 음반이 나왔어야 하는데 많이 늦어지긴 했죠. 제 음반을 팬들이 겨울에 들어주시길 원해서 발매를 올해로 미뤘습니다."
'뮤지엄'이라는 제목처럼, 음반에는 MC스나이퍼의 생각과 감정들이 가사와 멜로디에 박제되듯 담겼다. 모든 곡들이 사랑이라는 주제로 연결돼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 사랑의 시점, 여러 종류의 사랑 등을 음악과 가사 안으로 박물관에 전시하듯 전하고 싶었죠. 전시관이 이 앨범이 되는 겁니다."
지금껏 저돌적인 가사의 음악을 주로 발표해 왔던 MC스나이퍼는 이번 음반에서 변신을 했다. 대체로 따뜻하고 아련한 음악이 음반을 채웠다.
"음악이 부드러워졌다는 얘기 많이 듣죠. 그런데 음악처럼 제 삶도 부드러워졌습니다. 음악을 통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비하하고 싶지 않아요. 서른을 넘기고 인생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런 모습이 음반에 반영됐죠."
가사에는 삶을 관조하는 MC스나이퍼의 생각이 오롯이 묻어났다. 중의적 표현으로 들리긴 하지만, 타이틀곡 '마법의 성'을 통해서 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있다. '내려놓음'은 허위의 인생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는 삶의 자세를 담았다. 또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쉽게 변할 줄 몰랐어'를 통해서는 마음이 바뀐 연인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그렸다.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해야 하듯 사랑에 대해서도 설계를 해야 하더라고요. 최근에는 부모님께 결혼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결혼할 여자에게 나는 어떻게 비쳐져야 할지 고민도 많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런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사가 모두 자신의 얘기란 말에, 수록곡 '강남nb' 속에 담긴 경험담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클럽에서 스무살짜리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알고 보니 성매매 여성이었으며 마약까지 하더라는,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가 가사에 담겼다.
"저도 충격이 커서 가사로 음악에 담았죠. 마음에 드는 트랙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힙합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문란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전 첫사랑과 7년을 만나다 헤어졌고, 술, 담배도 스무 살을 한참 넘겨 배웠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 일에 충격이 컸어요."
음반에는 무려 14트랙의 음악이 담겼다. 웅장한 사운드의 오케스트라도 쓰였다. 5분을 넘기는 긴 트랙도 5개나 된다. '강남nb'는 무려 6분 20초다.
"2집은 20트랙이었어요. 많은 것 아닙니다.(웃음) 음악과 음악 사이의 여백이 주는 미학을 팬들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다 보니 트랙 길이가 좀 길어졌어요. 힙합이라는 장르는 대중을 따라가는 장르가 아닙니다. 대중을 따라오게 하는 장르죠. 제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긴 음악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시리라 믿어요."
뚜렷한 소신을 가진 래퍼 MC스나이퍼는 돈보다 음악이 먼저라고 했다. 오랜만에 나온 음반이니 꼭 상업적으로도 잘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나만 만족하면 된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또 소속사에 속한 아웃사이더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의외로 돈이 많이 된 것은 아니라면서 "그래도 아웃사이더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으니까 됐다"고 담담하게 넘겼다.
"나 자신이 만족하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앨범의 상업성 때문에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와 내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하고 싶죠. 아티스트는 '명예직'입니다. 자존심이죠. 연예인 중에서도 '스타'와 '아티스트'는 구분을 해야 합니다."
신보가 나온 만큼 공연도 한다. 새해를 코앞에 둔 30일과 31일 서울 광진구 멜론 악스 홀에서 '스나이퍼 사운드 vol.3' 공연이 열리는 것. MC스나이퍼를 비롯해 아웃사이더, L.E.O, 취랩, MC비케이 등 실력파 래퍼가 출동한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출연할 능력도 없을 뿐 아니라 출연할 생각조차 없다"고 단언하는 MC스나이퍼. 지난 2년 7개월 동안의 MC스나이퍼를 알고 싶다면 연말, 꼭 공연장을 찾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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