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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게 수익금은 이웃돕기…만촌동 '나눔과 기쁨 하우스'

▲장애우들이 일하는 수성구 만촌동
▲장애우들이 일하는 수성구 만촌동 '나눔과 기쁨하우스'. 동신교회 교우 장복광 장로, 김재훈, 박선교(사진 왼쪽부터)씨는 어느 겨울보다 따뜻한 희망으로 3개월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내년에는 우리 가게가 더 잘 돼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동신교회(담임목사 권성수) 인근에는 '장애인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가게'라는 소박한 간판을 단 작은 잡화점이 있다.

올해 9월 문을 연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나눔과 기쁨 하우스'. 동신교회 장복광 장로와 뜻있는 사람들이 1천여만원의 사재를 털어 마련한 가게로, 같은 교회 교우 김재훈(45), 박선교(49)씨가 각각 점장, 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가게 대표인 장씨는 "2년 전 교직을 퇴직하기 전부터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돈만으로는 장애인을 도울 수 없다는 판단에 소규모 사회적 기업을 열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대구장애인선교회 위원장인 장 대표는 5년 전 선교회에서 알게 된 김씨와 박씨의 성실함을 눈여겨 보고 한 식구로 채용했다. 김 점장은 "선교회 회원 40여명 중에 직업을 가진 사람이 손으로 꼽을 만하다"며 "매일 아침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생겨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대구장애인탁구협회 소속 선수이기도 한 그는 휠체어를 타는 지체 1급 장애인. 박씨도 "전에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내년에는 가게를 배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주 5일 근무하면서 적잖은 액수의 월급을 받고 있다. 가게 수익은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 홀몸노인과 장애인, 노숙자를 위해 쓰고 있다.

좁은 가게 안은 상품들로 빼곡했다. 화장품, 칫솔, 세탁비누, 수건, 샴푸, 세제 등 생필품부터 까나리 액젓, 멸치 액젓, 명태포, 마른 멸치, 참기름 등 먹을거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넥타이 진열대 아래에는 김씨가 고장난 컴퓨터를 주문받아 수리하는 작업대가 있다. 더 안쪽엔 기증받은 헌옷들이 가득하다. 이웃 김성실(57·여)씨는 "성경 말씀대로 시작은 작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고 믿는다. 몸은 불편하지만 늘 밝은 표정을 짓는 이곳 직원들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즉석에서 연말 선물용으로 세탁비누 60장을 주문했다.

나눔과 기쁨 하우스는 내년이 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시행하는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의 대구경북 총판 자격을 따낸 것. 이 단말기는 기계값과 장애인 확인을 위한 지문인식기만 구매하면 고속도로 운행시 통행료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김 점장은 "대구에 등록된 장애인 차량이 1만9천여 대인 점을 감안하면 전망이 밝다"며 웃었다. 단말기 사업이 잘 되면 내년 2, 3명의 장애우를 더 고용하고, 하반기쯤엔 더 넓은 공간의 가게로 옮길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장 대표는 "장애우들이 느끼는 일자리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며 "나눔과 기쁨하우스를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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