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키드마크 희미해 사고원인 규명 힘들듯

스키드마크(타이어 마모 자국)는 교통 사고 차량의 속도와 사고 원인을 밝혀 내는 중요한 열쇠다.

그러나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관광버스 경우 스키드마크 자국이 너무 연한데다 불규칙적으로 나 정확한 속도와 원인을 밝혀내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추락한 지점까지 130m의 버스 바퀴 자국이 남아 있지만 스키드마크라 보기엔 무리가 따를 만큼 흐리고 제각각이다. 따라서 경찰은 "스키드마크에 의한 속력 계산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스키드마크에 의한 속력 계산법이란 'v= √254 ×f×S (V=추정속도, f=마찰계수, S=스키드마크 길이)'를 말한다. 아스팔트 및 콘크리트 포장, 결빙, 우천 등 노면 종류와 상태에 따라 마찰 계수가 달라지며 36인승 이상 버스나 길이 9m 이상 화물차엔 75%∼80%의 마찰계수가 적용된다. 보통 스키드마크가 1m 길어질 때마다 사고 차량 속도는 2km/h∼4km/h가량 증가한다.

하지만 스키드마크가 만능 열쇠는 아니다. 경찰은 "통제된 상황에서 스키드마크가 선명하게 도로위에 남는 경우에는 속도를 쉽게 계산해 낼 수 있지만 실제 사고 현장은 여러 변수가 내포돼 있는 만큼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주 관광버스 사고 차량 역시 스키드마크가 선명하지 않고 버스가 낭떠러지로 데굴데굴 굴러 멈췄기 때문에 정확한 속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경찰은 "추락한 사고 차량은 스키드마크와 낭떠러지 자유낙하비거리에 따라 속도를 산출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처럼 완전한 낭떠러지도 아니고 버스가 여러 바퀴 돌면서 추락한 사건은 속도를 추정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사고 현장에 난 바퀴 자국은 스키드마크라 부르기 힘들 만큼 희미하고 불규칙적이다. 버스가 급제동해 생긴 정상적 스키드마크라고 보기 힘들다. 급정지 스키드마크라면 사고 버스는 적어도 130km/h의 속도로 좁은 산길을 달렸다는 터무니없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찰은 운전 미숙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경주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 관계자는 "'버스 기어를 3단에 놓고 30km/h 정도로 내려왔고, 순간 당황해 핸들을 놓쳤다'는 버스 기사의 진술로 미뤄 운전 부주의가 인정된다"며 "그러나 차가 갑자기 요동쳤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기계 결함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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