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數 과외선생님은 의경오빠"…중부서 대원들

어려운 환경 청소년 학습도우미 봉사

대구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홍승진 일경이 대구청소년종합지원센터에서 학생들에게 학습도우미 활동으로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홍승진 일경이 대구청소년종합지원센터에서 학생들에게 학습도우미 활동으로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재뉴어리(January) 에이쓰(eighth) 나인쓰(ninth)…."

23일 오후 대구 중구 종로1가 대구청소년종합지원센터 상담실.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홍승진(22) 일경이 학생들에게 영어로 날짜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서수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쓰'마다 입술 사이로 바람이 새는 것이 재미있는지 학생들은 연방 웃기에 바쁘다.

학생들은 불과 대여섯살 차이인 홍 일경이 형이나 오빠라도 되는 양 강의 내내 짓궂은 질문을 쏟아냈다. 입대 전 학원강사 경력이 있다는 홍 일경은 이런 학생들을 때로는 어르고 때로는 눈총을 주면서 능수능란하게 수업을 이어나갔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성탄절을 앞두고 캐럴도 함께 불렀다.

이날 수업은 '전·의경 학습도우미 봉사활동'의 하나. 대구 중부경찰서는 9월 15일부터 청소년종합지원센터와 연계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학지도를 하고 있다. 현재 홍 일경이 영어, 박재성(21) 상경이 국사를 담당하고 있다. 중부서 방순대 고진주 행정반장은 "서민생활 돕기 방법을 찾던 중 센터 학생들의 불우한 환경에 대해 알고 전·의경 가운데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투입했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그만둔 학생이 대부분이다 보니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다. A4지 2장 수업에 2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때론 인생상담이 수업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홍 일경은 "수업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하다 보니 학생 개개인의 사정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자퇴한 학생이 '내년에 복학하겠다'는 말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의경 학습도우미 효과는 확실하다. 통합지원 상담원 김선령씨는 "경찰 제복을 입은 의경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다잡아진다"며 "열정적인 수업에 영어를 두려워하던 학생들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홍 일경의 수업은 워낙 인기가 많아 주 2회에서 주 5회로까지 늘리기도 했다.

전·의경 학습도우미 활동의 원조는 서부경찰서다. 방범순찰대 대원 2명이 2006년 11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씩 소망모자원 원생을 대상으로 영어·수학 학습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성서경찰서 112타격대 대원 1명도 9월부터 샘물교회 신도 자녀 5명에게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2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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