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성 출신 마영(33·대구 달성군 다사읍)씨는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달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소문이 났다. 남편 정화진(40)씨와 수근(5), 수민(3)이를 데리고 캠프에 참가해 자신이 한국에 정착한 과정과 꿈을 멋들어지게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마씨는 여느 한국 미시족들과 다르지 않다. 틈만 나면 자기 계발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대구시에서 마련한 '다문화가족 리더 스쿨' 1년 과정을 최근 수료했고, '공자 아카데미 교육'도 받았다. 2011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중국어 동시통역 자원봉사를 신청해 활약할 계획이다. 이쯤 되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여성이다.
"한국에 올 때 쉽게 생각했어요. 남편될 사람만 좋다면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상관이 없어요. 어디서든 노력해야 기회가 주어지잖아요?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보자 싶었죠."
마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생활 10년째인 친구 소개로 5년 전, 남편 정씨를 만났다. '가진 것은 없지만 좋은 사람'이란 말을 믿고 10개월 후 웨딩마치를 울렸다. 정씨도 국제결혼 커플인 친구 부부의 결혼생활을 10년 동안 눈여겨봐왔던 터라, 결정이 어렵진 않았다.
"처음엔 짧은 영어로 얘기해야 했어요. 친구가 중간 역할을 많이 해줬죠. 지금은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아요."
그래도 첫째 수근이를 낳고 2년간은 참 많이 힘들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 마씨 대신 남편 정씨가 병원에 데리고 가야 했고, 마씨는 중국말이 하고 싶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신만의 활동을 하니 살 만하다. "처음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저 역시 도움받은 것이 많으니 한국에 정착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마씨의 이런 생각과 활동에 남편은 언제나 찬성이다. 늘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 마씨는 적극적인 사회활동도 가능하다.
"바깥 활동을 하면 안 좋은 소리 듣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이 의외로 많아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인터넷 카페 등을 보며 아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먼저 결혼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으면 아주 많은 도움이 돼요." 정씨도 실제로 다른 부부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처음엔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는 이 부부, 싸움의 승자는 언제나 마씨. 싸우면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냉랭해지지만 대부분 남편 정씨가 먼저 화해의 눈빛을 건넨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형제들과 떨어져 살면서 외로움이 깊어진 탓에, 마씨가 선물한 이 가정은 더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은 가족 전체가 도와줘야 잘 정착할 수 있어요. 가족들이 한국문화를 빠른 시간 내에 주입시키려 하는 경향이 많거든요. 처음엔 이야기해봐야 이해도 못하고 실행할 수도 없는 부분이에요. 시간을 갖고 지켜봐주는 믿음이 필요하죠." 정씨의 말에서는 속 깊은 배려가 묻어난다.
그런 면에서 정씨 부부는 복 받았다. 주변에 계시는 고모님들은 정씨 부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줬고, 형제들도 많이 이해해주기 때문.
오히려 중국인 부인을 만나 좋은 점도 있다. 아이들에게 두개의 언어를 교육할 수 있다는 것. 큰아이 수근이를 내년쯤엔 외가로 보낼까 한다. 중국인 사촌들과 어울리다 보면 중국어를 금세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마씨는 한국 정착을 위한 준비를 끝내고 자아(自我)를 찾아 나서려 한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중학교에서 수학교사로 4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마씨는 내년부터는 다시 공부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결혼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나 동시통역, 상담에 관심이 많다.
정씨는 다문화가정의 화목을 위해 의미심장한 조언을 남긴다.
"아내를 집에 가둬두면 안돼요. 결혼이주여성이 적극적으로 바깥 활동을 해야 적응도 빠르고 가족들도 행복해집니다. 집에만 두려 하면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지만, 아내를 자유롭게 놓아주면 점점 편해지고 좋아집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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