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 나무들/ 김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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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새해 새 아침

나무들이 보고 싶어 산길 오르는데

작은 키 노린재나무 산초나무

싸리나무는 눈을 털며 반긴다.

복자기 개옻나무 졸참나무는 덩달아

잎도 없는 가지를 흔들고.

누가 베었는지 쓰러진 나무 곁에서

제 집 찾아 맴돌던 새

집도 노래도 버리고 떠나자

소나무 사시나무

잣나무는 솟아올라서

뭐가 그리 서운한지

괜스레 허공을 한번 흔들어본다.

바위틈에 비집고 선 나무

가시밭에 웅크린 나무

기름진 땅에 우뚝 솟은 나무

길가에 버티고 선 나무는

제 뜻대로 자란 건 아니지만

땅속에 뿌리박고 속삭일 때면

그 속삭이는 소리에 취해

나무들을 하나씩 껴안아본다.

쓰다듬고 다독여준다.

올해도 안녕하자고,

너도, 너도, 너도, 모두 건강하자고.

어김없이 새해의 첫날은 또 밝아 왔습니다. 지난해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이제 관용구처럼 되뇌어진 지 오래입니다. 험하고 팍팍해진 세월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는 의리의 사나이처럼 다시 와 주었습니다. 세월만큼 정직하고 틀림없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만, 나무들 또한 묵묵히 그러나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오랜 세월 생명에 복무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새해라고 거창하게 희망 따윌 외치진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나무를 껴안고 쓰다듬고 다독여줌으로써, 나무는 특유의 그윽한 속삭임으로 상처받은 우리를 위로하고 품어줍니다. 올해도 안녕하자고, 너도, 너도, 너도, 모두 건강하자고 말입니다. 단순하고 깊게, 살고 싶어지는 새해의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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